서민경제, 3低시대 막내리고 3高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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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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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신모 씨(44)는 다음 달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연달아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2년 전 2억7000만 원이었던 35평(약 115.7m²) 아파트 전세금이 현재 3억6000만 원으로 훌쩍 뛰었는데 대출금리까지 상승하면서 최고금리가 6%대에 달할 정도다. 대출이자가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결국 두 자녀 학자금으로 여기저기 들어 둔 적금을 깨고 그간 사들인 주식도 전량 처분해야 했다. 게다가 연초부터 치솟는 생활물가까지 걱정을 더했다. 신 씨는 “이제는 1만 원 들고 나가 살 수 있는 게 없다”며 “기본적인 식료품만 사도 2만 원이 넘으니 한창 크는 애들 간식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부동산경기 악화에 따른 낮은 전세금, 경기 위축에 따른 낮은 생활물가 등 ‘서민경제의 3저(低)’ 시대가 막을 내리고 ‘3고(高)’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민들은 삼중고로 연초부터 어깨가 무겁다.

○ ‘전세금’ 엎친 데 ‘대출금리’ 덮쳤다

전세 재계약을 앞둔 서민들은 전세금이 크게 올라 당장 대출을 통해 전세 상승분을 마련해야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출금리마저 오르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대출금리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가 연 2.75%로 인상된 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0.18%포인트 오르면서 잇따라 상승하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번 주초 CD 금리에 연동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1주일 전보다 0.12%포인트 올린 연 4.32∼5.64%로 고시했다. 신한은행은 연 4.52∼5.92%로 고시해 금리가 1주일 전보다 0.12%포인트 높아졌다. 국민은행은 지난주보다 0.18%포인트 올린 연 4.73∼6.03%로 1년 만에 최고금리가 6%대에 진입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연 4.86∼6.36%와 4.44∼6.19%로 0.18%포인트씩 올렸다.

전세금 상승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국 전세금은 7.1% 올라 2004년 이후 6년 만에 최고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009년에 3.4% 오른 것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 채소가격 하락폭 기대 못미쳐

물가 상승세도 시들해지기는커녕 더 심화되고 있다. 1분기(1∼3월)에 4%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지난해 가을 많이 뛰었던 채소 가격도 전월 대비 하락폭이 기대에 못 미쳐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에 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만약 4%대 물가상승률이 현실화되면 2008년 4분기의 4.5%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전세금, 대출금리, 물가 등 삼중 압박을 받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진행하면서 저소득층 가계부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가 시급하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개인(개인사업자와 비영리법인 등 포함)이 은행과 제2금융권에 지고 있는 금융부채가 지난해 말 97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민 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은 “개인들이 부채를 안정적으로 상환해 나가기 위해 가계와 금융기관이 고정금리, 장기분할상환으로 부채 구도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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