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자일리톨껌 10년, 성공한 역발상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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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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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을 보내면서 다소 엉뚱하지만 ‘껌’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합니다. 껌 중에서도 ‘자일리톨껌’입니다. 이 껌이 ‘2000년대의 첫 10년’을 마무리하는 주제로는 꽤 어울려 보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자일리톨껌’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된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현재 2400억 원 규모인 전체 껌 시장의 51%를 장악하고 있는 자일리톨껌은 지난 10년을 빛낸 ‘히트 상품’으로 꼽힐 만합니다. 2000년 5월 롯데제과가 출시한 이후 해태제과와 오리온이 가세하면서 하나의 상품군이 형성됐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88%가 롯데제과 제품이라고 하니 ‘롯데 껌’의 아성은 무섭습니다.

자일리톨껌의 급성장 비결은 뭘까요. 제과업계에서는 롯데제과의 ‘역발상 마케팅’이 큰 몫을 했다고 분석합니다. 그 첫 번째가 식품업계의 ‘금기’를 깼다는 점입니다. 사실 자일리톨껌이 처음 개발돼 세상에 나온 것은 1997년입니다. 그러나 발매 6개월 만에 시장에서 철수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비싼 가격 때문이죠. 당시 다른 껌은 300원인데 자일리톨껌은 500원을 받았습니다.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비싼 껌이 잘 팔릴 리 없었습니다. 그러나 롯데제과는 2000년 이 제품을 다시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실패한 제품은 다시 내놓지 않는다’는 금기보다 ‘씹을 만한 가치가 있다면 소비자가 찾는다’는 신념을 앞세운 것입니다.

롯데제과는 이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자기 전에 씹는 껌, 양치질 후에 씹는 껌’이라는 ‘역발상 메시지’를 꾸준히 전했습니다. 핀란드 유아원에서는 어린이들이 낮잠 자기 전에 자일리톨껌을 씹는다는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입니다. 소유개념이 없는 어린이들이 자칫 칫솔을 바꿔 쓰다 충치균(뮤탄스균)에 감염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칫솔 대신 껌을 도입한 것이라는군요. 이 메시지는 껌은 단지 ‘단물 덩어리’라는 어른들의 고정관념도 바꿔 놓게 됐습니다.

주부를 타깃으로 한 점도 특이했습니다.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주부가 대량으로 구입해 남편과 자녀들에게 권하는 제품으로 포지셔닝한 것입니다. 다른 껌들과 달리 병 모양의 대용량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자일리톨껌의 교훈은 어찌 보면 단순해 보입니다. ‘발상의 전환’과 ‘추진력’만 있다면 멀지 않은 곳에 성공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수많은 난관을 헤쳐야 하는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자, 기업의 할 일이겠지요.

주성원 산업부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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