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관세장벽도 철폐”… 韓 “연비완화 외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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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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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A 추가협상 타결 임박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오른쪽)가 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미 FTA 쟁점 현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오른쪽)가 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미 FTA 쟁점 현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쟁점 협상에서 정부가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 측이 강력히 요구해 온 연비 규제 완화를 받아들이기로 함에 따라 한미 FTA 최종 타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정부는 쇠고기 추가 개방과 관련한 미국의 요구에 대해선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절대 논의 불가’라는 방침을 고수하는 대신 자동차 분야에선 한발 물러서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미국이 연비 규제 완화에 만족하지 않고 자동차 관세 문제 등 협정문 수정이 필요한 부분까지 전방위 압박을 가해 8일에도 양측의 팽팽한 기 싸움은 계속됐다.

8일 오전 11시 정각 외교통상부 청사 2층에 모습을 드러낸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웬디 커틀러 USTR 대표보 등 협상단 10여 명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포토라인을 지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 회의장으로 올라갔다. 913호 통상장관 회의장에는 한국 측 대표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최석영 FTA 교섭대표 등 4명이, 미국 측 대표로 커크 대표와 커틀러 대표보 등 4명이 각각 자리 잡았다.

미국 측은 장관급 회의에 앞서 있었던 4∼7일 차관보급 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분야의 ‘비관세 장벽’을 없애라며 우리 쪽을 강하게 압박했다. 한국은 연비 규제에서 일부 양보한 점을 강조하며 더 이상의 요구는 국내 여론 등을 고려할 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 정부는 연비 규제 완화 외에도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25%) 원상회복 △한-유럽연합(EU) FTA에서 인정하고 있는 제3국 부품에 대한 관세 환급액 제한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이번 회의 자체가 이미 타결된 협정문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 측의 요구로 열린 만큼 협정문 수정은 불가하다는 점 △미국 의회의 자동차 쇠고기 분야 비판은 과장된 것이라는 미국 내 일부 여론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맞섰다.

미국 측은 연비 규제 등 요구 수용 방식에 있어서도 한국이 제시한 부속서나 관계장관 간 양해서한 등과 달리 사실상의 협정문 수정에 가까운 ‘강한 구속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 정부가 애초부터 ‘받을 것은 없고 줄 것만 있는’ 수세적 입장에서 협상에 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원래 외교가에서는 “시한을 정해놓고 하는 협상만큼 ‘바보 같은 협상’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서울 G20 전 타결’ 원칙을 천명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이명박 대통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하면서 위험부담이 큰 협상을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이번에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국제적 망신거리’가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중간선거 패배로 입지가 좁아진 자국 내에서도 정치적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 역시 일부 미국 측 요구만 수용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하면 조정 폭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국회 비준 과정에서 야당으로부터 ‘굴욕 외교’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미국 요구에 대한 반대급부를 챙기려면 재협상 수준으로 판이 커질 수 있는 데다 시간도 모자란다. 이 때문에 우리 쪽 협상단 내부에서조차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서울 G20 정상회의 전 타결’ 원칙을 강조할 때부터 우리가 뭔가를 내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될까봐 우려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협상이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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