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 이란 엔텍합그룹과 매각 본계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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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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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시장 발판 ‘가전 빅3’ 영광 되살릴까

“본 계약 소식을 듣자마자 먼저 떠난 직원들부터 생각났습니다. ‘대우를 꼭 다시 살려 달라’던 그 부탁을 잊을 수가 없네요.”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이 이란의 가전 유통업체인 엔텍합그룹과 인수합병(M&A) 본계약(매각금액 5779억 원)을 체결한 7일. 과거 대우전자가 정점을 찍었던 1994년 입사해 대우일렉에서 16년을 일한 한 직원은 길었던 워크아웃 뒤 11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세 번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고 두 차례나 본계약이 좌절됐던 대우일렉의 매각작업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이를 계기로 한때 삼성전자, LG전자와 더불어 국내 ‘가전 빅3’로 통했던 대우일렉이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화려했던 과거, 그리고 구조조정

대우일렉의 전신인 대우전자는 1974년 설립돼 1983년 대한전선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1990년대 품질우선을 강조한 ‘탱크주의’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으면서 승승장구 했다. 한때 삼성, LG를 제치고 국내 가전시장 점유율 3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무너지고 1999년 그룹에서 분리돼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시련은 시작됐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었던 반도체 부문 등을 매각하고 2002년 백색가전 중심의 사업구조로 바뀌는 과정에서 1997년 1만2000명에 달하던 임직원 수는 1300명으로 급감했다. 전 세계 25개 생산공장, 63개 판매법인은 각각 6개, 28개로 줄었다. 가전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이 감소한 TV, 에어컨 사업도 정리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심각한 노사 혹은 노노 갈등은 벌어지지 않았다. 법정관리 직전까지 내몰린 상황에서도 노사가 채권단을 설득하고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서서히 체질개선이 이뤄졌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 1조1272억 원, 영업이익 410억 원으로 2008년에 이어 2년 연속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 다시 일어서기까지

전자업계에선 대우일렉이 경쟁이 치열하고 이윤이 적은 가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된 제품 아이디어로 승부한 것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분석한다. 예컨대 대우일렉이 2008년 처음 출시한 ‘드럼업 세탁기’는 빨래 투입구가 아래에 있어 이를 넣고 꺼낼 때마다 허리를 구부려야 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에 드럼을 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투입구의 각도를 위로 향하게 해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또 이전까지 손빨래로 해야 했던 속옷과 스타킹, 걸레 등을 모두 세탁할 수 있는 ‘드럼업Ⅱ’ 세탁기와 업계에서 처음으로 세제를 자동으로 투입해 주는 ‘스마트 세제 자동투입 시스템’을 내놓은 것도 끊임없는 제품 아이디어의 성과였다. 이에 힘입어 대우일렉의 지난해 드럼세탁기 생산량은 4년 4개월 만에 100만 대를 넘어섰다.

대우일렉은 이번 본계약 체결로 신흥국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동 현지에 3500명의 판매 딜러와 1000개의 대리점을 둔 엔텍합그룹의 판매망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서다. 대우일렉은 이미 알제리(세탁기)와 베트남(냉장고), 베네수엘라(전자레인지) 시장에서 각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엔텍합그룹은 대우일렉 인수를 계기로 중동 현지 대리점을 한국산 가전제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종합 가전 쇼핑몰’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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