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경주 환율합의’ 이후]서울회의 성공 이어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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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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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재정 “깊이-폭 알수 없는 큰 강 남았다”

“이솝우화에 알이 깨지기 전에 병아리를 세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이제 겨우 큰 산을 하나 넘은 심정이다. 아직도 수심과 강폭도 예상 못할 큰 강이 남아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2∼23일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때 ‘환율 전쟁’과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개혁’에 대한 답을 찾았지만 이것이 곧바로 다음 달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정부 안팎에서도 경주에서 합의된 내용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고 서울 정상회의 때 실제 성과가 나오고 마무리되려면 극복해야 할 장해물이 아직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많다.

○ 만만치 않은 합의 내용 구체화 작업

지금 당장 한국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경주에서 발표된 성명서(코뮈니케)에 담긴 합의사항들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경주에서 발표된 내용들 중 상당수는 좋게 말해 ‘큰 틀에서의 합의’일 뿐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모호한 합의’이다.

환율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중재 카드로 한국이 활용한 ‘경상수지 목표제’만 하더라도 구체성이 부족하다. ‘과도한 대외불균형을 줄이고 경상수지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대목에서 ‘지속 가능한 수준’과 ‘과도한 대외불균형’이 정확히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아직까지 각국 간에 구체적으로 합의된 게 없고 논의 과정에서 언제든지 바뀔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경상수지 목표제를 시행하는 데 필요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절차가 시작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몇 %로 할 것이냐는 부분에서 각국이 격렬하게 대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단 서울회의 전까지 각 회원국으로부터 ‘우리는 몇 %까지 감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그 국가별 편차가 너무 크지 않아야 가이드라인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문제와 관련된 합의도 모호하다. ‘시장 결정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한다. 선진국(기축통화국 포함)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을 경계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뿐이다. 한두 국가가 합의 내용을 무시하기 시작하면 다른 나라들도 다시 ‘환율 전쟁’에 뛰어드는 건 시간문제다.

○ 서운해하는 나라들 잘 챙겨야

각종 합의 과정에서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 나라들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주에서 발표된 IMF 지분 개혁에 따르면 유럽은 최대 피해자다. 신흥국으로 이전되는 IMF 지분 6%의 상당 부분이 유럽 국가들의 지분이며 이사회 이사 자리도 2개나 잃기 때문이다.

전체 합의가 이루어진 내용만 코뮈니케에 담길 수 있는 G20 회의의 특성상 ‘뿔난’ 유럽 국가들이 다른 안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G20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의장국으로서 성과를 내려면 최대한 많은 나라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서울 정상회의에는 막바지 조율 작업이 필요한 안건이 많아 각 나라를 대상으로 한 설득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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