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박윤배씨가 27억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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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제보 한달전에… 거부하자 ‘의혹 조사’자료 보내와”

편법증여 및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태광그룹 측이 17일 “사모펀드 서울인베스트 박윤배 대표가 검찰에 이번 의혹을 제보하기 한 달 전쯤인 8월 중순 27억여 원을 요구해 왔다”고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박 대표가 8월 중순 그룹 임원을 만난 자리에서 자문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자신을 해고한 데 따른 미지급 자문료에 이자까지 합쳐 27억8000만 원을 달라고 했다”며 “이를 거부하자 지난달 초 태광그룹 비리를 조사했다고 밝힌 뒤 지난달 말에는 이호진 그룹 회장 앞으로 내용증명 문건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 대표에게 이전에 13억여 원의 자문료를 줬기 때문에 그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박 대표가 보낸 자료를 변호사들과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더는 대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2002∼2007년 5년간 태광그룹 구조조정 및 흥국생명 노무컨설팅 자문위원으로 위촉됐으나 태광 측은 계약기간 도중인 2005년 그를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내용증명을 보낸 것은 맞지만 법적대응에 앞서 태광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엄포를 놓은 것일 뿐”이라며 “태광 쪽에 돈을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서울인베스트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돈을 버는 회사인데) 개인적인 복수 같은 것은 돈 버는 데 하등 도움이 안 된다”며 지난달 20일 이 회장에게 보낸 18쪽 분량의 내용증명 문건을 공개했다. ‘태광산업 주주가치 정상 회복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서 박 대표는 △여러 불법의혹의 전면 회복조치 △서울인베스트 추천 감사 및 사외이사 1명 선임에 협조 △누락 차명 재산의 전면 재상속 실시 △주식(액면가 5000원) 10분의 1 액면분할 등을 요구한 뒤 지난달 27일까지 답변을 주지 않으면 검찰이 수사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또 “이 회장과 계열사 대표 이모 씨가 해외로 도피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됐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8일 일행과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다가 예정대로 15일 귀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사옥 24층에 있는 이 회장 사무실과 서울 중구 장충동 자택, 부산 태광그룹 소유 골프장 등 3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또 검찰은 이 회장의 아들(16)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딸도 비상장 계열사인 에스티임과 바인하임 주식을 보유한 사실을 확인하고 편법 증여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은 모두 확인할 계획”이라며 “다만 방송사업 확장을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단서가 확보된 게 없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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