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앞날은]의혹 폭로장 된 이사회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0-09-1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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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공격 라응찬도 결국 상처뿐
심각한 이사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오른쪽 열에서 여섯 번째)의 거취를 결정하는 이사회에 참석한 신한금융 이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이사회는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왼쪽 열에서 네 번째)과 신 사장 측의 깊은 갈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신한금융 사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주목받았던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14일 신상훈 사장 직무정지를 결정했지만 불씨가 꺼지기는커녕 불길이 더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 사장 직무정지로 지배구조를 둘러싼 혼선은 일시적으로 봉합됐지만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신한은행 창립자)의 경영자문료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불거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 신 사장의 배임 및 횡령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본격적으로 진행돼 신한금융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상처뿐인 승리, 깊어진 내상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10 대 1의 압도적인 표차로 신 사장의 직무정지를 결정하면서 외견상으로는 라 회장과 이 행장이 일단 승리를 거둔 셈이 됐다. 당초 해임 방침보다는 수위가 낮아졌지만 신 사장을 경영 일선에서 배제한다는 목적은 달성했기 때문이다.

화상으로 이사회에 참석한 재일교포 사외이사인 히라카와 요지 선이스트플레이스코퍼레이션 대표가 표결에 불참하고 나머지 이사 11명 가운데 신 사장 1명만 반대표를 던진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만장일치로 신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안을 통과시킨 모양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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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이사회가 라 회장과 신 사장 간의 폭로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라 회장과 이 행장 측도 깊은 내상(內傷)을 입었다. 이겼다고는 하지만 ‘상처뿐인 승리’인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결과를 어느 한편의 승리로 보기는 어렵다”며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이 계속 번지고 있는 데다 크게 실추된 신한금융의 이미지와 내부 갈등으로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이사회가 열린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는 극도로 분열된 은행 내부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신한은행 노동조합이 이사회에 앞서 피켓시위를 하려다 회사 측의 저지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신한은행 임직원들은 “오늘 하루는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 벼랑 끝에 몰린 신 사장 측의 반격

이날 이사회에서 복병으로 떠오른 것은 자문료 용처를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다. 지금까지만 해도 자문료 횡령 혐의는 신 사장만의 문제였다.

신 사장 측은 작심한 듯 대반격에 나섰다. 신 사장과 함께 신한은행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이정원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은 이사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자문료 일부를 라 회장도 썼다”고 주장했다. 신 사장 측은 “자문료 중 상당액이 라 회장의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사용됐다” “이 행장도 자문료 중 3억 원을 썼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그동안 신한은행 측은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이후 “배임 및 횡령 혐의를 뒷받침할 강력한 증거를 제출했다”며 압박해왔다. 고소를 당한 뒤에도 ‘라 회장을 끝까지 모시겠다’고 공언하던 신 사장 측이 이날 이사회에서 라 회장의 횡령 의혹을 제기한 것은 벼랑 끝에 몰린 만큼 더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신 사장 측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자문료 문제는 신한금융 최고위 경영층 전체의 횡령 혐의로 사태가 확산되거나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까지 번질 소지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양측의 주장이 정반대로 엇갈리고 있어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재일교포 주주 사회 일각에서는 신 사장 측 주장의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정원 사장이 자문료의 성격에 대해 “어르신(이 명예회장)에게 용돈을 드리면 너희들(경영진)이 알아서 잘 쓰라고 준 돈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한 대목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 명예회장은 한때 재일교포 사회의 금융계 대부였으나 2000년 말 자신이 운영하던 신용조합인 간사이(關西)흥은이 파산 선고를 받은 이후 재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넉넉지 않은 상태에서 ‘용돈’ 운운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쿄(東京)지역의 한 교포 주주는 “자문료 지급 사실을 외부에 알린 것에 대해 이 명예회장 측이 상당히 난감해하며 불쾌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 후폭풍 더 거세질 듯

이사회 이후 신한금융 사태가 맞는 첫 번째 고비는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 결과다. 금감원은 8월 말 착수한 조사를 가급적 9월 안에 마무리할 방침이다. 금융실명제법은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차명계좌를 개설해준 은행 직원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지만 라 회장이 계좌 개설을 지시했다면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한금융 사태가 불거진 마당에 금감원이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관련 의혹을 그냥 넘어가진 못할 것”이라며 “라 회장이 징계를 받게 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조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1월에는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결과에 따라 ‘신한 3인방’의 운명도 요동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14일 신 사장의 자문료 횡령 및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필요하다면 11월 종합검사 때 보겠다”며 조사할 뜻을 밝혔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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