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社, 금융인사 선상 세미나에 초대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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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으로 업계 이해시키기 ‘제2의 현대상선’ 갈등 예방

해운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선주협회가 금융권 관계자들을 초청해 17∼20일 중국으로 가는 배에서 선상 세미나를 개최한다. 세미나의 공식 목적은 해운업의 중요성과 우리나라 해운업의 위상을 금융권에 적극 알리겠다는 것. 하지만 속내에는 은행권의 ‘해운업 몰이해(沒理解)’에 대한 불만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해운업체들의 은행권에 대한 불만은 최근 불거진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갈등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대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으로부터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한 재무구조개선 약정(MOU) 체결을 종용받으며 법정까지 가는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그룹 매출의 70%를 담당하는 현대상선에 대한 은행권의 평가가 잘못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전체 산업평균 부채비율이 184.5%인 반면 해운업 부문은 430.7%로 큰 차이를 보인다”며 “고가(高價)의 선박을 운용해야 하는 해운업을 단순 부채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대그룹의 주장에 대해 해운업체들은 대개 동조하는 분위기다. 다만 ‘갑(甲)’의 위치인 은행권에 미운털이 박히는 것이 두려워 강하게 반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과 외환은행의 갈등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극단적인 대립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번 선상 세미나도 마련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의 교육선을 타고 상하이를 다녀오는 일정으로 짜인 이번 세미나는 선주협회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관계자 및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관계자 등 10여 명이 승선해 최근 해운 시황과 선박투자 동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또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대해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MOU가 기업을 살리자는 취지라면 경직된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 역시 “해운산업은 고가의 선박을 매개로 한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은행권이 해운업을 좀 더 잘 이해한다면 해운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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