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1,800 고지를 넘보면서 펀드에서 20일째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는 펀드들이 있어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돈이 들어오는 펀드의 유형을 크게 나누어 보면 ‘성과가 좋거나’ ‘판매망이 좋거나’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분류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꽤 있다. 투자시점을 알아서 조정해 주거나 일정한 성과를 올리면 수익률을 확정짓는 조건부 펀드가 대표적이다.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리스크를 선호하는 투자자 사이에서는 중국펀드가 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투자자들이 ‘대박’을 바라는 심리는 여전하지만 안전판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 대박이냐 안정이냐를 놓고 선택
생긴 지 1개월도 안 된 삼성자산운용의 주식혼합형 펀드인 스트라이크분할매수1이 무려 1373억 원의 자금을 모으며 자금 순유입 펀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펀드는 삼성의 히트 펀드인 스트라이크펀드를 복사한 것이지만 투자자가 자금을 목돈으로 넣어두면 3개월로 나눠서 투자해준다. 삼성의 신수종산업목표 전환형은 주식형으로 운용되다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형으로 전환한다.
2007∼2008년 초만 해도 계속 오를 것 같던 주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반 토막 나는 것을 본 투자자들이 안정성을 중시하면서 생긴 트렌드다. 한국투신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등 다른 운용사들도 비슷한 펀드를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중국 펀드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미래에셋의 차이나솔로몬3호나 PCA투신운용의 차이나드래곤 A쉐어는 각각 홍콩과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로 300억∼400억 원대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가운데 올 들어 유독 중국 증시만 빠졌기 때문에 주가가 상대적으로 싸다고 보는 것. 특히 차이나솔로몬3호는 일반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의 랩 운용팀에서 자산을 배분하는 펀드라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들의 기대치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권정현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팀 연구원은 “중국 증시에 대해선 웬만한 악재는 다 나왔고 앞으론 과거와 같은 폭발적 반등세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하지만 투자가 위험을 거는 행위에 대한 대가라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이 감당할 만한 수준에서 펀드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성과가 좋거나 판매망이 좋거나
성과가 좋아서 자금이 유입된 대표적인 곳이 알리안츠자산운용이다. 자금 순유입 2, 3위에 오른 기업가치향상장기주식펀드와 베스트중소형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14.25%, 16.45%다. 1, 2, 3년을 각각 끊어 봐도 20∼60%대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한국투신운용의 한국의 힘1 주식형펀드도 마찬가지. 연초 이후 수익률은 9.91%, 2년 수익률은 50.80%나 된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초만 해도 1159억 원에 불과했던 펀드의 순자산액이 7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로 올랐다.
오광영 신영증권 펀드 연구위원은 “지난해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펼쳐진 후 뚜렷한 주도주가 없는 가운데 알리안츠가 중소형 종목을 앞세워 좋은 성과를 올리자 투자자가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과가 좋다고 무조건 돈이 몰리진 않는다. 한국투신운용의 삼성그룹적립식1은 연초 대비 수익률이 11.75%이지만 한 달 새 1276억 원이 빠져나갔다. 한 애널리스트는 “판매사의 마케팅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펀드가 절반 정도는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5년부터 국민은행을 통해 집중적으로 팔리면서 펀드 판매를 독식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금 유출 상위 15개 펀드 중 8개나 차지했다. 반면 KB자산운용은 성과가 좋기도 했지만 국내 최대 판매망을 배경으로 자금 순유입 상위권에 2개 펀드나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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