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美자동차… ‘역습’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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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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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파워 조사 ‘美 11개 車브랜드 만족도’ 외국제품 추월

세계 경제위기로 벼랑 끝까지 몰렸던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돌아왔다. 제품 품질과 상품성이 크게 개선돼 시장에서 ‘달라졌다’는 반응을 얻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을 업고 중장기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좀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미국 자동차회사와 기업, 정부가 모두 맞는 방향으로 굉장히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 차량 품질 크게 높아져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JD파워가 최근 발표한 올해 자동차 상품성 및 디자인 만족도 평가에서 미국의 11개 브랜드는 평균 787점을 얻어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수입 브랜드 평균(774점)을 넘어섰다. 2006년만 해도 이 조사에서 미국 브랜드의 평균점수는 수입 브랜드에 비해 30점 가까이 낮았다.

신차 판매 90일 후 100대당 문제 건수를 조사하는 JD파워의 지난달 초기품질지수 평가에서도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 회사의 평균 초기품질지수는 108건으로 일본 브랜드(108건)와 같은 수준이었으며 유럽 브랜드(114건)를 앞질렀다. 이 조사에서 일반 브랜드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은 포드였으며 현대자동차는 3위였다. 판매도 그만큼 늘어나 GM의 경우 시보레 뷰익 GMC 캐딜락 등 4개 브랜드의 올해 1∼6월 미국 내 판매량은 106만여 대로 지난해보다 32% 증가했다.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올해 초 도요타 리콜 사태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반사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만 미국 차의 품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게 아니다. 포드 ‘토러스’는 국내에서도 4월 전체 수입차 판매 2위, 3.0L 이상 대형차 중에서는 1위 모델이 됐다. 포드는 그달 한국 진출 이후 최다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다.

○ 중장기 투자에도 의욕적

이처럼 미국 차의 품질이 바뀐 것은 실제 기업들이 뼈를 깎는 체질 개선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빅3는 차를 일단 만들어낸 뒤 각종 인센티브로 판매를 확대하던 이른바 ‘푸시 시스템’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차를 만드는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고 경영위기를 계기로 노조에 지급하던 복지비용을 줄여 생산성을 높였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포드와 GM이 비인기 모델을 단종하고 올해에만 7종의 신차를 내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GM과 포드는 신흥시장 진출 등 중장기 투자 계획도 의욕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포드는 2012년까지 4억5000만 달러(약 5400억 원)를 들여 태국에 글로벌 생산 및 수출기지 역할을 하는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지난달 밝혔으며 GM은 2014년까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70종의 신차 및 개선 모델을 낸다는 계획이다. 북미 제퍼슨 공장에 7억 달러를 들여 피아트식 생산 방식을 도입한 크라이슬러는 북미의 28개 모든 공장으로 이 생산 방식을 확대해 낭비와 병목현상을 제거할 방침이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금융 58억 달러(약 7조 원)를 당초 예정보다 5년 일찍 갚은 GM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미국 재무부의 지분을 현재 60.8%에서 50%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현지 언론들은 GM이 11월경 IPO를 추진해 100억∼150억 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전기차 통해 ‘권토중래’ 꿈

미국 정부와 자동차업계는 여기에 전기자동차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넘어간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온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올해 말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인 GM은 14일 볼트의 배터리에 대해 8년 동안 무상 수리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올해 1만 대, 내년에는 3만 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M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할 LG화학의 미시간 주 홀랜드 시의 공장을 직접 찾아 시보레 볼트를 탑승할 정도로 미국 정부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상·하원도 전기차 보급 지원 법안을 각각 제출한 상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부활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 정부가 치적 과시를 위해 과장하는 면이 없지 않다”면서도 “산관학(産官學) 공동 협력이 잘되는 나라인 만큼 전기차 부문에서 저력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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