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탐욕의 결말은 쪽박… 적당한 선에서 만족을

  • 동아일보

이번 주 격언 ― 황소와 곰은 벌어도 돼지는 못 번다


두 수도승이 산속 암자로 돌아가는 길에 깊은 개울을 건너게 됐다. 마침 한 아리따운 여인이 개울가에 서서 물살이 너무 빨라 건너가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한 수도승은 여인을 못 본 체하고 혼자 개울을 건넜다. 하지만 다른 수도승은 여인을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너게 해줬다. 그러자 여인을 업지 않았던 수도승이 화난 목소리로 “수도하는 자가 여인의 몸에 손을 대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나무랐다. 여인을 업었던 수도승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걷기만 하자 수도승은 다시 화를 냈다. “어떻게 수도하는 사람이 여인의 몸에 손을 댄단 말인가.” 그러자 여인을 업었던 수도승이 대답했다. “이 사람아, 나는 벌써 그 여인을 개울가에 내려놓고 왔는데 자네는 아직도 업고 있네 그려.”

홍길동과 임꺽정이 각자의 돈을 합해 공동으로 주식투자를 했다. A종목에 투자한 끝에 주가가 한 달 만에 20% 상승했다. 홍길동이 그만 팔자고 제안하자 임꺽정은 좀 더 보유하는 게 좋을 것 같았지만 망설이다가 동의했다. 그런데 A종목은 팔고 나서도 주가가 10% 정도 더 뛰었다. 그러자 임꺽정은 두고두고 불평을 해댔다. “조금만 더 갖고 있었으면 더 크게 먹는 건데 너무 일찍 팔았어.” 홍길동은 아무 말도 없이 컴퓨터로 열심히 시세 조회를 했다. 임꺽정은 너무 일찍 팔았다고 또 불평을 해댔다. 그러자 홍길동이 입을 열었다. “항상 꽁지와 머리까지 다 먹을 수 없는 노릇이고 이미 팔아버린 것 어떡하나. 자네가 미련을 갖고 불평만 하는 동안 나는 새로운 유망 종목을 찾아냈네. B종목에 새로 투자하세.”

주식투자자들은 대체로 ‘최고 수익률 실현’이라는 환상을 갖는다. 주가 차트를 보면서 바닥과 천장을 가늠해 보기도 하고 주식을 밑바닥에서 사서 최고 꼭대기에서 팔고자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기대하기가 힘들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만큼 기대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은 투자자들은 결국 실망스러운 투자 결과를 얻기가 쉽다.

주식을 팔고 난 뒤 더 오르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에 주식을 선뜻 매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완전한 꼭지에서 주식을 판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주식을 팔고 나서 주가가 오르는 일은 흔히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라는 평범한 투자 격언처럼 적당히 수익을 취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게 좋다.

▶4월 19일자 ‘박용선의 투자터치’ 참조

또 이익실현을 위해 주식을 일단 매도했으면 그 주식의 움직임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다. 주식을 팔고 나서 그 종목이 어느 정도 조정을 보인 뒤 다시 매입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공연히 미련을 갖고 후회해도 소용 없는 일이다. 욕심과 미련은 새로운 유망종목 개발에 장애가 될 뿐이다. 지나친 욕심과 미련을 버리는 것, 이것이 건강하게 주식 투자를 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월가의 속담 중에 ‘황소와 곰은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돈을 못 번다’는 말이 있다. 장세를 낙관적으로 보는 황소 같은 투자자는 활황 장세(bull market)에서 돈을 벌 수 있다. 그리고 장세를 비관적으로 보는 곰 같은 투자자도 대주(貸株) 거래나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을 이용해 하락 장세(bear market)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돼지처럼 투기적인 거래를 통해 탐욕을 부리면 돈을 벌기 힘들다는 뜻이다.

일반 투자자가 주식 투자로 이익을 얻기가 쉽지 않는데 이는 주식투자의 난해함보다는 주로 욕심과 미련 때문이다. 자신의 자금 사정에 맞춰 투자 규모를 정하거나 적절한 수준에서 이익을 취하지 않고 무모하게 투자 규모를 키우고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가 큰 낭패를 보는 것이다. 특히 작전성 종목에 무리하게 신용융자로 투자해 단기간에 대박을 노리겠다는 환상을 갖는 경우 순식간에 쪽박을 차기도 한다.

물론 주식시장의 상황이나 보유 종목에 따라 목표수익률을 높게 잡아야 할 때도 있고 낮게 잡아야 할 때도 있다. 해당 기업의 영업실적은 물론이고 국내외 경제 동향이나 증시자금 사정을 점검하고 주식시장이 강세인지, 약세 국면인지 판단해 기대수익률을 신축적으로 조절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욕심에 눈이 멀어 실패를 반복하는 돼지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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