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농기술, 아프리카 16國농업혁명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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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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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주도 ‘기술협력체’ 출범
앙골라-카메룬-케냐 등 참여

연구진 파견 품종-농법 전수
한국서 연수 425명 핵심 역할

아프리카 대륙 동부에 위치한 케냐.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는 곳이지만, 예외적으로 케냐 무에 지역의 지난해 벼 생산량은 예년보다 20%가량 늘었다. 케냐에 마련된 농업기술지원센터(KOPIA·Korea Project on International Agriculture)의 도움으로 모내기 및 물 관리 기법을 바꿨기 때문이다.

KOPIA 설치를 주도한 농촌진흥청은 “아프리카는 농업기술이 워낙 낙후한 탓에 한국에서 이뤄지는 기본적인 농법(農法)만 적용해도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다”며 “올해부터는 농법 전달과 별도로 현지 사정에 맞는 벼 품종 개발 연구를 현지 연구진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농업기술이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농업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력 협의체(KAFACI·Korea-Africa Food&Agriculture Cooperation Initiative)’가 출범하면서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검은 대륙’에도 한국 농업기술 바람

농진청은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KAFACI 출범식을 할 예정이다. 한국 주도로 설립된 KAFACI는 앙골라,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말라위, 가나, 케냐 등 아프리카 16개국이 참여한다. 올해 초 설립된 ‘아시아 농식품 기술협력 협의체(AFACI·Asian Food&Agriculture Cooperation Initiative)’에 이어 아프리카에도 한국 농업기술이 전수되는 것. 농진청은 “아프리카는 세계 각국의 무상 원조가 줄을 잇고 있지만 꼭 필요한 농업기술 지원은 거의 없었다”며 “KAFACI를 통해 한국의 농업기법을 전수하는 한편 인접 국가 간 병·해충 공동연구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AFACI의 설립에는 한국에서 공부한 현지 인력의 뜨거운 호응이 한몫했다. 농촌진흥청은 1972년부터 아프리카 국가의 연구진을 한국으로 초청해 농업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39개국 425명이 이 과정을 거쳤다. 농진청 기술협력국 문홍길 과장은 “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농업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은 한국의 우수한 농업기술을 직접 겪어 봤기 때문에 KAFACI 설립 제의에 흔쾌히 응했다”고 설명했다. 또 문 과장은 “이와 함께 짧은 기간에 식량난을 극복하고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뤄낸 한국처럼 되겠다는 아프리카 국가의 의지도 강했다”고 덧붙였다.

○ 자연스러운 국격 제고 효과도 기대

KAFACI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의 협력체제로 운영된다. 농진청은 “참가국의 식량 자립을 돕는 것이 급선무”라며 “연구 과제도 참가국이 요청하는 것 가운데서 골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참가국의 연구 인력을 한국에 초청해 교육하는 한편 한국의 연구진을 현지에 파견해 현지 사정에 맞는 품종 및 농법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대륙별 공동연구 및 워크숍 등을 통해 기아 퇴치와 농업 생산력 증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 개발을 시작할 예정이다.

농진청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퍼주기식’ 원조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원조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며 “아프리카에 한국 농업기술이 확산되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Q]한국-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력협의체(KAFACI·Korea-Africa Food&Agriculture Cooperation Initiative)


한국 주도로 아프리카 국가의 농업 기술 개발을 위해 설립된 다자간 협의체. 한국 외에 에티오피아, 가나, 튀니지, 이집트, 수단, 케냐 등 아프리카 대륙의 16개 국가가 참가해 기술 협력과 병충해 공동 방제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늘 출범식. 첫 번째 포럼은 11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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