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또 ‘구조조정’…퇴출 공포는 진행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5일 15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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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해소…대형-중소 건설사 양극화 심화될 듯
하도급 업체 '줄도산' 우려…지원책 절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건설업계에 대한 3차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지난해 1, 2차 구조조정에 이어 이번 3차 16곳까지 총 52개 건설사가 강제 워크아웃이나 퇴출의 운명을 맞았다.

건설업계는 또 다시 불어닥친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퇴출 '살생부'를 둘러싸고 건설업계를 짓눌러오던 '불확실성'은 해소된 반면 이번 워크아웃 대상 업체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권 건설사가 대거 포함되면서 "우리도 언젠가 퇴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종합건설사의 퇴출 등으로 관련 하도급 업체의 연쇄 도산을 더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 '양극화' 심화될 듯

건설업계는 우선 건설사의 퇴출 루머가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신규 사업 추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 중소 건설사는 자금조달이 더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에 B등급을 받은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작년부터 이어진 건설업계 구조조정으로 대형 건설사가 아닌 이상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쉽지 않다"며 "건설업 전반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 대출이 더 어려워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들은 공공은 물론 민간공사 신규 수주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와의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다른 건설업체의 관계자는 "지금도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대형 건설사들이 독식하고 있는데 중견 건설사들은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해도 조합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며 "중견 건설사들이 수주 시장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당분간 '퇴출' 공포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B등급 업체 가운데 유동성 위기를 겪는 회사들은 금융기관의 자금지원을 받는 C등급보다 나을 게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며 "중·대형사들도 언제든지 워크아웃 등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공급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워크아웃, 퇴출 기업이 대부분 주택사업을 위주로 한 회사들이어서 민간 주택공급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투자를 꺼리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수급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도급 업체 '줄도산' 우려


문제는 이번 건설사 퇴출이 하도급 및 협력업체도산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회사 규모가 큰 종합 건설회사보다는 이들로부터 공사 하도급을 받는 전문건설업체와 자재업체, 부품업체에 타격이 미칠 것으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300위권 건설사의 업체당 하도급 업체는 평균 250개로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업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300대 건설사의 10%(30곳)가 워크아웃 또는 부도 처리 될 경우 3548개 협력사가 2조1600억 원의 피해를 입고 이 가운데 1335개 하도급 업체가 연쇄부도를 낼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협회 관계자는 "하도급 업체는 자기 돈을 선투입해 공사를 마친 뒤 원도급 업체로부터 대금을 받는 구조인데 원도급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부도를 내면 채권·채무가 동결돼 공사비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전문건설 하도급업체의 99%가 영세 기업이어서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 버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건설사 구조조정이 하도급 업체의 연쇄부도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지급 공사대금을 최우선해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기관에서 저리의 추가 대출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러나 이번 건설사 구조조정이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건설사에 잠재된 부실을 감안할 경우 이번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는 오히려 적다고 봐야 한다"며 "건설사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주택 공급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민간 주택건설업체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중견 건설사들은 주택에만 매달리지 말고 토목, 건축, 플랜트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넷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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