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지 키워드로 통해 본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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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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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1∼6월)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시장의 격변기였다.
자동차산업의 ‘바이블’로 여겨졌던 도요타가 리콜 사태로 크게 휘청거린 틈을 타서 미국 빅3 자동차업체는 부활의 기회를 잡았다.
현대자동차의 안방과 다름없던 국내 자동차시장에선 수입자동차가 무서운 기세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상반기 국내 자동차시장을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끼이익~’ 리콜주의보 ‘도요타 파문’에 품질 경계령

○ 도요타 리콜로 ‘안전’ ‘품질’ 강조

4월 6일 도요타 리콜 파문이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국토해양부는 렉서스 ‘ES350’, 도요타 ‘캠리’와 ‘캠리 하이브리드’ 등 3개 차종 1만2984대에 대해 대규모 리콜 결정을 내렸다. 렉서스 ES350용 구형매트를 바닥에 고정하지 않은 채 사용할 경우 매트가 앞으로 밀려 가속페달의 복귀를 방해할 가능성이 발견됐다.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에 작년 말 미국에서 불거진 도요타 리콜 사태를 놓고 “국내 도요타 차량에 장착된 매트는 미국에서 판매된 것과 달라 문제가 없다”고 밝혀온 정부와 한국토요타자동차에 대한 비판여론이 쏟아졌다. 사실과 거리가 있는 도요타의 자발적 리콜 주장과 더불어 국토부의 미숙한 초기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도요타 사태는 국내 자동차업계에 품질강화와 상생협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도요타의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와 해외 현지 협력업체에 대한 품질관리 실패가 리콜 사태의 원인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올 2월 임원회의에서 “도요타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차량안전과 리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정부와 소비자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며 “이에 따라 최근 급발진 논란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입차 ‘가속페달’ 판매대수 작년대비 54% 급증


○ 수입차 대중화 ‘대박 행진’

경기회복에 힘입어 올해 수입차 판매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국산차업체 관계자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수입차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대중화에 접어들고 있어서다.

2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수입차 판매량은 3만4318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4.5%나 늘었다. 특히 3∼5월 3개월 연속으로 월간 7000대 이상의 수입차가 팔렸다. 반면 지난달 국산차 판매량은 11만6253대로 작년보다 6.6%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1∼5월 수입차 구입 고객의 연령 비중은 20대 6.8%, 30대 32.1%로 작년보다 각각 0.1%포인트와 3.4%포인트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 3000만∼4000만 원대 중저가 수입차의 판매비율이 지난해 20.8%에서 올해 25.8%로 늘었다. 반면 배기량 4.0L 이상 대형차 비중은 5%로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고객층이 다양해지고 중저가 차량 판매가 늘어나는 등 수입차시장이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잘나가는 ‘K형제’ K5-K7, 현대차 독주 제동


○ 기아차 눈부신 변화

현대·기아차그룹에서 과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기아차의 변신도 올 들어 눈부셨다. 기아차는 ‘K7’과 ‘스포티지R’ ‘K5’(사진) 등 최근 내놓은 신차가 국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시장 점유율이 올해 초 28.5%에서 지난달 34.5%로 가파르게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차 내수 시장 점유율은 50.1%에서 42.4%로 떨어지면서 형제 기업 간 ‘제살 파먹기’ 현상이 벌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내수시장에서 현대차의 독주를 기아차와 수입차가 견제해 주면 소비자의 효용이 더 커질 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르노닛산 쌍용차? 인수전 전격 참여… ‘윈윈’ 주목


○ 르노닛산 쌍용차 인수전 참여

작년 하반기 장기파업으로 파산위기에 몰렸던 쌍용자동차의 인수전에 지난달 르노닛산얼라이언스가 참여한 것은 자동차업계에서 예상치 못한 최대 변수였다. 종전까지만 해도 쌍용차를 누가 인수하겠느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입찰 결과를 두고 봐야 하지만 국내에 이미 생산시설을 갖춘 르노닛산이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산업적인 측면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때 이른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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