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속병든 기업 어떻게 찾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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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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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사는 것은 동업을 하는 일이다.’

지난해 그리고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기업이 무척 많다는 소식에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의 ‘투자관’이 떠올랐다. 한 기업의 실적이 사상 최고를 달성했다면 그 기업의 주인 역시 가슴 뿌듯함을 맛볼 것이다. 증시에서 얼마간의 주식을 산 주주들도 ‘성공적인 동업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성취감에 흥분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눈부신 실적으로 들떠 있는 증시의 한쪽에서는 좌절감에 몸서리치는 주주들도 있다. 동업하겠다고 쌈짓돈을 투자한 기업이 상장 폐지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증시에서 퇴출당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얼마 전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12월 결산기업이 30개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도 모두 60개가 넘는 기업이 이런 이유, 저런 사정으로 코스닥시장에서 사라졌다.

증시에 상장됐건 그렇지 않건 주식회사의 주인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보유 지분이 많은 대주주이고, 다른 하나는 지분이 적은 소수주주이다. 대주주는 기업을 오래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크다고 한다면 소수주주는 배당이나 주가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많다는 식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어쨌건 기업에서는 지분이 많고 적은 것이 권한의 크기와 직결된다. 주주사회에는 ‘1인 1표’가 아니라 ‘1원 1표’의 원칙이 관철되기 때문이다.

소수주주는 권한은 작지만 상장 폐지 같은 벼랑 끝 상황에서 뾰족한 대응 수단을 찾기 힘들다. 대주주는 아무래도 자신이 소유한 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더 잘 알고 있을 법하다. 또 대주주는 보유한 주식이 휴지로 돌변하는 사태를 눈 뜨고 보고만 있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글머리에 꺼낸 강 회장의 투자관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좋은 기업의 주식을 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기업을 선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바로 이익을 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이다. 강 회장은 이런 말도 했다. ‘투자자의 목표는 (중략) 투자한 기업의 이익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10분의 원칙’을 제시한 것도 비슷한 흐름이다. 동업하기 전에 투자 대상 기업을 10분 정도 시간을 들여 조사하라는 뜻이다. 좋은 기업인지, 그렇지 않은 기업인지 가려내는 데 10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재무정보는 흠잡을 데 없지만 속은 골병이 들어 있는 기업도 더러 있다. 이런 기업은 대주주 또는 경영진이 다른 마음을 먹고 있다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다. 그런데 동업할 기업을 찾는 소수주주들의 눈에는 이런 속사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멀쩡한 기업이 느닷없이 휘청거릴 때야 비로소 알게 된다.

속병 든 기업을 미리 가려낼 수는 없을까.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30년 동안 일했고 여러 차례 최고 투자전략가로 뽑혔던 바턴 빅스가 ‘투자 전쟁’에서 밝힌 말이 대답이 될 만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엔론과 같은 폭탄은 누구에게나 터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의도적인 사기성이 개입될 때는 아무리 분석하고 조사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진 경제부 차장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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