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재난 리스크 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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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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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할 당시만 해도 인명 피해 규모에만 뉴스의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분화구에서 나온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항공대란을 일으키면서 그 영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지금은 항공편이 거의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화산 폭발 이후 일주일 동안은 항공기들이 유럽의 하늘에 뜨지 못했다.

이로 인해 다양한 피해가 발생했는데 그중 BMW와 아우디 닛산 혼다 등 일부 자동차회사들의 생산 차질 소식이 눈에 띈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항공대란의 여파로 아일랜드에서 항공편으로 들여오던 타이어 공기압 센서가 공급차질을 빚으면서 규슈(九州)에 있는 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가나가와(神奈川) 현에 있는 공장에서도 2개 차종의 생산을 일시 중단해 하루 수천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했다. 독일의 BMW도 영국에서 공급되는 센서 등 전자부품이 도착하지 않아 딩골핑과 뮌헨 등 공장 3곳이 가동을 중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경기침체로 항공 운송요금이 인하되면서 항공 의존도가 높아진 데다 제조업들이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JIT) 체제를 도입한 것이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JIT는 도요타자동차가 재고를 줄여 생산비용을 낮추고 효율은 높이기 위해 처음 도입한 즉시생산 방식으로 다른 자동차회사는 물론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JIT는 그날그날, 때로는 시간 단위로 생산에 필요한 만큼의 부품만 납품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기어의 이처럼 확실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완벽한 물류체계가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 반면 다양한 외부적인 리스크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JIT 시스템의 약점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다. 2007년 7월 일본 니가타(新潟) 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피해를 보면서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12개사가 대부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로 인한 자동차 생산손실은 12만 대에 달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에도 부품 공장의 피해로 4만 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문제는 인류가 예견하기 힘든 리스크가 최근 부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1∼3월) 세계적으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총 698회로 다른 해 1분기 평균인 398회의 2배에 가깝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이변과 지진, 화산 등이 언제 산업시설을 강타할지 모르는 일이다. 특히 부품의 소싱이 글로벌화하면서 다양한 국가에서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것이 일반화해 닛산처럼 지구 반대편 아일랜드에서 들여오는 부품으로 인해 일본의 공장이 멈추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유럽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특정 운송수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복수의 운송수단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항공대란이나 과거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환경적인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가볍게 여기고 효율성에만 초점을 둔 경영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연은 인간이 완벽히 통제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석동빈 산업부 차장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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