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불안한 현금 입출금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3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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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인출기(CD)나 현금입출금기(ATM)를 이용할 때 조심해야할 일이 생겼습니다. 신용카드 투입구에 카드판독장치가 없는지, 몰래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비밀번호를 누를 때 손으로 가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주의하지 않으면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신용카드가 복제돼 예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 지점에 설치된 자동화기기에 카드판독장치를 달아 은행 고객의 카드정보를 알아낸 뒤 돈을 빼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범인은 서울과 부산에 있는 은행 지점 4곳의 자동화기기에 카드판독장치와 휴대용 카메라를 몰래 부착했습니다. 카드판독장치로는 해당 기기에 카드를 넣어 돈을 인출한 고객의 카드 정보를 알아내고, 휴대용 카메라로는 고객이 손으로 누르는 비밀번호를 훔쳐본 것입니다. 범인은 이렇게 알아낸 정보로 예금을 인출해갔습니다.
이런 사건은 지난달 말부터 4건이 확인됐고 전국에서 10여명이 4500만원의 피해를 입었으나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전국 은행에 사건 내용을 알리고 은행 이용자들에게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은행더러 자동화기기 앞에 평소의 기기 사진을 붙여 카드판독장치가 부착되지 않았는지 고객이 알 수 있도록 조치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일일이 기기 사진을 보고 확인하지 않으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신용카드 위·변조 수법은 실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카드판독기를 예전에 비해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를 남에게 맡겼다가는 사고를 당하기 쉽습니다. 외국여행 중 자신의 카드가 불법 복제되어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용카드 위·변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은행 신용카드회사가 보안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몇 해 전까지 신용카드 위·변조 천국이란 오명을 썼던 말레이시아는 마그네틱 카드 대신에 보안성이 강화된 IC칩 카드(스마트카드)로 대체해 카드 위·변조 사고를 크게 줄였습니다. 우리나라도 2008년까지 IC카드를 100% 도입하기로 했으나 현재 86% 가량만 IC카드로 바뀌었습니다. 가맹점의 경우 IC카드 단말기 전환비율이 23%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지식정보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인정보의 보호가 선결돼야 한다. 정부는 IC카드 보급 지연을 경제위기 탓으로 돌릴게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대책을 강화할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할 것입니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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