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로 만드는 섬’ 현대重 울산조선소 현장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4일 2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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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바다 위의 정유공장'이라고 하잖습니까? 그런데 그 표현도 부족해요. 작은 섬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지간한 태풍이 와도 꿈쩍 않습니다."
승강기를 타고 60m가량 올라가는 동안 들은 설명이었다. 승강기 난간에서 보는 현장은 주상복합건물 단지의 공사장과 흡사했다. 그 거대한 현장이 조선소 앞바다에 떠 있었다. 최근 방문한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초대형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생산 현장이었다.

●'강철로 만드는 섬'과 같아

FPSO 건설 현장은 길이 320m, 폭 61m로, 축구장을 3개 합쳐놓을 만큼 광활했다.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바쁜 모습이었고, 머리 위로는 대형 크레인들이 수시로 움직였다. 크고 작은 관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 빈 공간을 찾기 힘들었다. 곳곳에서 용접 작업하는 소리를 들으며 파이프라인 사이를 돌아다니다 보니 방향 감각이 없어졌다. 거대하고 복잡한 작업현장이었지만 밸브나 케이블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정밀도는 오차 5㎜ 이내라고 했다. 이 회사 강창준 해양사업본부장은 "우리 근로자들의 용접 기술은 한 마디로 예술"이라고 자랑했다.

항공모함보다 더 크고 무거운 이 설비는 심해 유전의 원유를 파 올리고 정제, 저장하는 초대형 해양플랜트다. 계약 금액 16억 달러(약 1조8600억 원) 규모로 2008년 수주했으며, 이제 하부구조 공사를 마치고 상부구조 공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초 나이지리아로 출항해 나이지리아 보니섬 남동쪽 100㎞ 지점 '우산 필드'에 설치되면 하루 16만 배럴의 원유와 500만 ㎥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이 같은 초대형 FPSO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는 업체다. 세계에서 발주된 200만 배럴 이상의 초대형 FPSO 12기 중 7기를 현대중공업이 건조했거나 현재 건조중이다. 특히 '우산 FPSO'는 이 회사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지은 FPSO 전용 독에서 만든 첫 번째 작품이어서 의미가 각별하다. 해양플랜트는 선박과 달리 작업 기간이 길고 공정 관리가 까다로워 FPSO 전용 독 건설은 이전까지 선박 건조용 독을 빌려 쓰던 이 회사 해양플랜트 사업부문의 숙원이었다.

●과감한 투자에 매출액 배로 뛰어

해운 경기 침체로 신규 선박 수주가 힘든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 같은 해양플랜트 건조는 현대중공업의 주력부문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해양플랜트는 주로 미국이나 유럽계 오일 메이저회사들이 발주하기 때문에 선박 부문에 비해 불황을 덜 타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신규 수주에서는 해양플랜트 부문 수주(24억 달러·약 2조7300억 원)가 처음으로 조선 부문(4억 달러·약 5200억 원)을 앞질렀다. 올해 수주 목표액도 해양플랜트 부문이 조선부문보다 더 높다. 올해 들어서 선박 수주는 아직 한 건도 없었지만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지난달 노르웨이 '골리앗 유전'에 설치될 100만 배럴 저장규모의 원통형 FPSO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해양플랜트 부문 매출도 2005년 1조4756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3조4235억 원으로 4년 만에 배 이상으로 늘었다. 1995년 제9독 건설 이후 13년 만에 대규모 증설 투자인 FPSO 전용 독 건설을 결정하는 등 과감한 투자도 있었다. 이 회사 김삼상 해양사업본부 상무는 "현대중공업은 조선 시황과 에너지 시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조선 경기가 회복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양 및 플랜트 분야에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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