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연지동 시대' 개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일 18시 00분


현대그룹이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본사 사옥을 마련, 본격적인 '연지동 시대'를 열었다. 현대는 2002년 종로구 계동 사옥을 현대자동차에 매각한 뒤 이렇다할 그룹 사옥이 없었다. 올해로 취임 7년 째를 맡는 현정은 현대 회장은 오랜 숙원이던 신사옥 입주를 계기로 옛 현대그룹의 부흥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현대는 2일 연지동 사옥에서의 첫 업무 시작에 앞서 현대상선, 현대택배, 현대유엔아이, 현대투자네트워크 등이 1일 입주를 마쳤다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경제연구원 등도 7일까지 이전을 마칠 계획이다.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만 여의도에 남고 그동안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있던 나머지 계열사는 모두 연지동에 모이게 된 것.
현대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2001년 계동 사옥을 현대자동차에 매각한데 이어 종로구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도 프랑스계 투자회사에 팔았다. 이후 주력사인 현대상선 등은 적선동 사옥을 임대해 써왔다. 2005년 말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그룹 사옥으로 쓸만한 빌딩 물색에 나서, 계동 사옥 매각 이후 9년 만에 '새 집' 마련에 성공하게 된 것.
새 사옥은 터 1만1078㎡(3400여 평)에 동관 12층, 서관 15층의 2개동으로 건물 면적이 5만2470㎡(1만6000여 평)에 이른다. 현대는 2008년 11월 삼성카드 본사 사옥으로 쓰이던 이 건물을 1980억 원에 매입했다. 당초 작년 하반기 입주할 계획이었으나 삼성카드의 본사 이전 작업이 늦춰져 입주 기시가 올해 초로 미뤄졌다.
동관에는 현정은 회장의 집무실과 전략기획본부 등 그룹 핵심조직과 현대상선의 기획·관리 부서,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유엔아이, 현대투자네트워크 등이 입주한다. 서관에는 현대상선 영업 부서와 현대택배, 현대아산, 현대경제연구원 등이 들어선다. 동관 2층에 마련된 120석 규모의 대형 고객접견실은 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생전 모습과 업적, 어록 등으로 내부 벽면을 꾸며 눈길을 끈다. 서관에는 직원들이나 방문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모성 보호실도 마련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새 사옥은 각 계열사의 역량을 모으고 임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신사옥 입주로 흩어졌던 계열사들이 한곳에서 일하게 돼 업무협의가 원활해져 시너지 효과가 커지고 그룹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북사업 중단, 주력 계열사 실적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겼고 있는 현 회장은 이번 신사옥 입주를 계기로 옛 현대그룹 부흥을 위한 공격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현대건설 인수와 대북사업은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신성장 동력"이라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오랜 염원이기도 했던 북방사업도 올해부터 하나 하나 결실을 맺을 수 있게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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