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줄였던 은행들 지점 늘리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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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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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내년 160개 신설
외환위기 이전수준 ‘훌쩍’
총 점포수 5000여개 육박

경기회복에 대비해 은행들이 영업 거점인 지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올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지점 수를 큰 폭으로 줄였던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내년에는 지점 수를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이에 따라 7개 시중은행의 점포는 내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서 총 5000개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지점 확대에 나선 곳은 외국계인 SC제일은행이다. 올해 금융 세트상품 등을 내놓으며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펴왔던 SC제일은행은 내년에만 65개의 지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지점 위치를 바꾸거나 수익성이 나빠 인근 지점과 통폐합되는 지점 33개를 제외하면 순수하게 늘어나는 곳은 32개. 이에 따라 내년 말 SC제일은행의 지점은 424개로 늘어난다. 전신인 제일은행이 외환위기로 몰락하면서 한동안 350개 안팎에 머물던 지점 수가 10여 년 만에 400개를 돌파하게 되는 것. 특히 이 은행은 경쟁 은행보다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전국을 300m² 단위로 나눠 인구통계, 입주 기업, 시장 잠재력 등 20개 항목에 따라 일일이 평가한 뒤 신설 지점 후보지를 정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새해엔 전략적으로 지점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예기치 못한 변수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거나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질 우려가 남아 있어 전면적으로 지점 확대에 나서긴 어렵지만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올해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 개선 등을 위해 61개 점포를 폐쇄했던 국민은행은 내년엔 경기 파주 운정지구, 판교신도시, 양주신도시 등 수도권 대규모 택지개발지역을 중심으로 20여 개의 지점을 신설할 예정이다.

내년에 지점을 21개 늘리기로 한 하나은행은 판교와 인천 청라지구, 파주 운정지구 등에 신설 지점을 집중할 계획. 각각 15개와 25개 안팎의 지점을 확대하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포함하면 내년 시중은행의 지점수는 160여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외국계인 SC제일은행(420여 개)과 한국씨티은행(230여 개)을 합한 시중은행 점포 수는 4800개를 넘어서 5000개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4682개에서 외환위기를 거치며 2002년 3632개까지 줄었던 시중은행 점포 수가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서게 되는 것. 시중은행 수가 외환위기 이전 15개에서 현재 7개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음에도 점포 수가 오히려 늘었다는 것은 시중은행들의 외형이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일단 금융상품 수요가 크게 늘어난 신도시를 중심으로 지점을 늘릴 계획이지만 내년 중반 이후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해지면 좀 더 본격적으로 지점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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