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VW의 ‘골프’는 골프와 아무 상관 없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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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알파벳… 라틴어… 차이름 작명 아이디어 만발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출시한 준대형 신차에 ‘K7’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부 누리꾼들이 ‘까칠(K7)’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차의 이름에 대해 기아차 측은 “기아(KIA), 대한민국(Korea), ‘강함, 지배, 통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Kratos), 동역학을 뜻하는 영어 단어(Kinetics)의 ‘K’와 준대형급 차량이라는 의미의 숫자 ‘7’을 합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 측은 앞으로 나올 소형·중형차에도 ‘K3’ ‘K5’ 등의 이름을 붙일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의 ‘A4’ ‘A6’ ‘A8’처럼 일관된 ‘기아차 이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흔히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이런 식의 영문 알파벳과 숫자 또는 숫자의 조합만으로 차량 이름을 짓곤 한다. 도요타는 렉서스 브랜드 차량에는 영문 알파벳에 숫자를 조합한 이름을, 도요타 브랜드의 차량에는 독립적인 이름을 붙이며, 폴크스바겐그룹 역시 아우디 브랜드 차량과 폴크스바겐 브랜드 제품의 작명법이 다르다. 기아차가 K7부터 적용하기로 한 작명법에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향한 의지도 담겨 있는 셈이다.

양산 브랜드 차라 해도 고가의 소비재인 만큼 자동차 회사들이 ‘이름’에 들이는 공은 여간하지 않다. 참신하면서도 귀에 쏙 들어오고, 부르기 친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자동차 선진국인 ‘유럽 느낌’이나 ‘미국 느낌’을 주려다 보니 아예 미국이나 유럽의 지명(地名)을 그대로 차에 붙이는 전략도 널리 쓰였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 그런 게 많다. 올해 출시한 ‘투싼ix’의 ‘투싼’은 미국 애리조나 주의 관광명소이며, ‘베라크루즈’는 멕시코 중동부 카리브해 항구 도시, ‘싼타페’는 미국 뉴멕시코의 주도(州都), ‘쏘렌토’는 이탈리아의 항구 도시, ‘모하비’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사막 이름이다. ‘투손’ ‘샌타페이’ ‘소렌토’ ‘베라크루스’ 등이 맞는 표기법이나 강하면서 익숙한 느낌을 주기 위해 쌍자음 등을 활용했다.

지역 이름을 차에 붙이는 작명법 자체는 미국에서도 흔히 채택하는 것이어서, 크라이슬러 ‘세브링’은 플로리다 주의 한 지역 이름이며, 도지 ‘다코타’의 다코타는 미국 중북부의 주 이름이다. 다코타 주에는 실제로 자동차 다코타를 보유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닛산의 ‘무라노’도 이탈리아 베네치아 근처 지명이다.

GM대우자동차의 제품 중에는 라틴어나 유럽 언어를 활용한 것이 많다. 대형 세단 ‘베리타스’는 진리라는 뜻의 라틴어이며, ‘라세티’는 ‘힘 있는, 성능 좋은’이라는 뜻의 라틴어 ‘Lacertus’를 변형한 말이다. ‘마티즈’는 스페인어로 ‘느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도 ‘앞서가는’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최근 한국 시장에 나온 베스트셀러 카 ‘캠리’는 갓 ‘관(冠)’ 자의 일본 발음인 ‘가무리’에서 유래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름 뜻을 궁금하게 여기는 폴크스바겐의 해치백 ‘골프’는 스포츠 경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멕시코 만에 부는 강한 바람의 이름이다. 폴크스바겐 제품들은 바람의 이름을 따 온 게 많아서 ‘파사트’는 무역풍, 소형 세단 ‘제타’는 초고속 제트 기류를 의미한다. ‘티구안’은 호랑이(Tiger)와 이구아나(Iguana)의 합성어, ‘페이톤’과 ‘이오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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