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2010년은 글로벌 공조의 본격 시험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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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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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이후 관료 주도의 글로벌 공조가 줄곧 강조돼 왔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등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시행한 일이었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공조도 잘 이뤄져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냉정히 평가해 보면 지난 1년간의 공조는 공조라고 할 것도 없었다. 공조의 사전적 정의는 ‘서로 돕는 것’이다. 각국이 시행한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라는 처방은 다른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금융시스템이 마비됐던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이었다.

2010년에는 내수 부양이라는 이름의 글로벌 공조가 중요해질 것이다. 앞으로 미국 소비가 회복된다고 해도 2003∼2007년 호황기에 나타났던 연평균 3% 내외의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3% 내외의 소비 증가는 부동산 가격의 급등에 따른 자산 효과와 저축률이 마이너스권까지 떨어지는 과소비를 통해 가능했던 결과이기 때문이다. 2008년(소비증가율 ―0.2%)과 2009년(―1.1%)처럼 소비가 뒷걸음질치는 일은 없겠지만 미국의 소비 회복은 대단히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소비 회복이 더디다면 여타 국가들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야 글로벌 총수요를 유지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도 요즘과 비슷한 환경이었다. 당시 미국인들의 과소비는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적자로 나타났고 미국은 이런 대외 불균형을 완화시키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1987년 프랑스 루브르에서는 선진 6개국(G6) 재무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선진국들은 예상되는 미국의 소비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이외 국가들의 내수 부양을 다짐했다. 그러나 당시의 글로벌 공조는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의 소비 성장 둔화기에 내수 부양을 통해 글로벌 수요를 창출해야 할 다른 선진국들이 1987년 후반에 긴축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일단 1987년 상반기까지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국면에서도 독일과 영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은 금리를 내렸다. 루브르 합의가 잘 이행됐던 셈이다. 그러나 그해 8월 영국이 정책금리를 올린 데 이어 10월에는 독일이 뒤를 이었다. 글로벌 공조 균열의 대가는 전 세계적 주가 폭락 사태인 ‘블랙먼데이’로 귀결됐다. 블랙먼데이 당일인 1987년 10월 19일에만 22.6% 폭락했던 미국 다우지수는 그 후 22개월이 지난 1989년 8월에 와서야 폭락 직전의 주가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글로벌 공조는 2010년에 본격적인 시험 무대에 올라갈 것이다. 아직은 미국 소비의 기술적 회복 과정을 즐기면 되는 시기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글로벌 공조가 가지는 중요성은 커질 것이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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