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본격 가동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5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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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팔달문 시장.

15일 이곳 재래시장 고객지원센터 2층에 민간기업이 출연한 최초의 미소금융재단인 '삼성미소금융재단'이 1호 지점을 열었다.

이날 오후 에는 개소식만 갖고 본격적인 대출상담 업무는 16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오전부터 미소금융에 관심이 많은 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개소식 준비로 바쁜 재단 직원들은 틈틈이 약식으로 상담을 해주며 "내일 다시오라"는 말로 이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미소금융은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같은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저소득층이 생계형 창업이나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무담보·무보증으로 소액을 대출해주는 제도.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이 이날 본격 가동된 것이다.

●서민들의 뜨거운 관심

수원 권선구에서 식당을 하는 김경옥 씨(37·여)도 이날 팔달문시장 지점을 직접 찾았다. 그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다 미소금융이라는 기관이 생긴다기에 기다렸다"며 "올 들어 남편이 실직한데다 식당까지 잘 안 돼 운영자금을 빌리고 싶다"고 했다.

이종활 삼성미소금융재단 부장은 "처음 찾아오면 신용등급과 대출현황, 연체율, 소득 정도를 따져 미소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지부터 심사한다"며 "운영자금은 사업자등록이 돼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사업했는지도 조건"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시가 1억3000만 원이 넘는 아파트가 있는데다 식당 운영기간이 8개월로 짧아 조건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40대 남성 이모 씨는 "무일푼에 직장도 없는데 대출이 되냐"며 물었다. 상담직원은 "창업을 돕는 대출도 있는데 돈을 갚을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사업 계획서를 갖고 다시 찾아오라"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노점상을 하는 한여순 씨(50·여)도 "싼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니 내일 당장 상담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삼성미소금융 재단 본점 사무실로도 하루에 100통 가량의 문의전화가 온다"며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에서 전화가 올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17일부터 은행도 미소금융 시작

미소금융 사업은 기업 기부금과 휴면예금을 토대로 9월 출범한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사업을 총괄한다. 중앙재단은 각 지역별로 별도의 법인(지역재단)을 두며 지역재단이 해당 지역의 지점 운영을 맡는다. 재원은 앞으로 10년 동안 재계에서 1조 원, 금융계에서 5055억 원을 기부금 형태로 댄다. 휴면예금 7000억 원까지 더하면 총 2조2055억 원이다.

6개 민간기업도 지역재단과 별도로 독자적인 미소금융재단을 운영한다. 삼성미소금융재단처럼 LG, 현대·기아자동차, SK, 포스코, 롯데 등 민간기업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등 5개 은행도 각자의 이름을 내건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해 지점을 운영한다.

17일부터는 국민은행이 대전, 신한은행이 인천, 우리은행이 서울에서 각각 미소금융을 시작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도 내년 1월 경북 포항, 전남 광양에 지점을 낼 계획이다. 삼성그룹이 매년 300억 원씩 10년간 기부금을 내서 운영할 삼성미소재단은 다음달 전국에 4~5개 지점을 추가로 열 예정이며 다른 기업도 사무소를 개설하려고 현장 실사를 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5월까지 지점 20~30곳을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지점을 200~300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500만~5000만 원을 연 이자 4.5%에 대출

미소금융사업의 지원 대상자는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인 800만 명이지만 초기에는 형편이 아주 어려운 9등급 이하(약 200만 명)에 우선적으로 대출을 해준 뒤 점차 8등급 이상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대출을 신청하면 상담→사업 컨설팅→ 창업 지원 교육→ 현장 실사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대출 심사 때는 자활 의지, 자금활용 및 사업계획 타당성, 상환 능력을 중점적으로 따진다. 이 부장은 "사업 컨설팅, 창업 교육 등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상담 신청 후 최종 대상자로 선정돼 대출을 받기까지 짧게는 2주, 길게는 8~9주까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창업 자금 △운영 자금 △시설 개선자금 △무등록사업자 지원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대출 한도는 대상자에 따라 500만¤5000만 원, 금리는 연 4.5% 정도로 책정됐다. 대출 원리금은 6개월~1년 거치 후 수년간 분할 상환하면 된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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