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특별기획/2009 Best Marketing]오리온 ‘마켓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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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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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재료 콘셉트 살려 ‘착한 과자’ 전략 적중

식품 불신 커지자 웰빙 자연식 초점
콘서트-패션쇼 돌며 단기간 마니아 확보

오리온 ‘마켓오’는 타깃 소비자들이 주로 모이는 콘서트와 패션쇼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판촉 행사를 해 입소문을 퍼뜨렸다. 사진 제공 오리온
오리온 ‘마켓오’는 타깃 소비자들이 주로 모이는 콘서트와 패션쇼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판촉 행사를 해 입소문을 퍼뜨렸다. 사진 제공 오리온
2007년 12월 미국 뉴욕의 한 고급 레스토랑. 최종열 오리온 마켓오 마케팅 팀장은 자신의 일행을 쫓아내려는 레스토랑 점원 앞에서 손짓과 발짓까지 섞어가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레스토랑에서 요리와 메뉴판, 매장 인테리어까지 함부로 사진을 찍었다는 게 이유였다. 팀원들은 “마트에나 가서 과자만 맛보면 되지, 이렇게 레스토랑까지 찾아다니면서 고생할 필요가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여정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으로 이어지면서 팀원들에겐 점점 성공에 확신이 생겼다. 패션·예술·연예계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다는, 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레스토랑들을 제과회사 직원들이 왜 찾아다녔을까.

○ 과자만 보지 마라

오리온의 외식 계열사인 롸이즈온은 2006년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던 웰빙 퓨전 레스토랑 마켓오를 인수했다. 동시에 푸드&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이자 마켓오 대표였던 노희영 씨를 최고콘셉트책임자(CCO) 겸 콘셉트 개발 이사로 영입했다.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고 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오리온은 노 이사와 함께 자연주의를 내세운 마켓오 브랜드를 레스토랑뿐 아니라 과자에까지 넓혀가기로 했다. 과자를 넘어 식생활 전반에 대한 최신 동향을 발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뜨는’ 레스토랑들을 찾아다닐 필요가 있었다.

최 팀장은 “현지의 트렌드 리더들이 즐겨 먹는 요리들은 한마디로 ‘자연 재료’ ‘유기농’이었다”며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과자를 만들면 분명 승산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자연이 만든 순수한 과자’라는 콘셉트로 마켓오 4종을 선보였다. 합성 첨가물은 전혀 넣지 않고 천연 재료만 엄선했다.

○ 새로운 카테고리를 찾아라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원가가 많이 들어 제품 가격이 높아진다. 마켓오는 2000∼3000원대로 일반 과자보다 비싼 편이다. 오리온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맛과 재료를 깐깐히 따지는 소비자층을 공략하기로 했다. 결국 여대생과 20, 30대 직장 여성,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중산층 이상 주부를 목표 고객으로 잡았다. 이런 계층은 오리온의 기존 목표 고객과 그다지 많이 겹치지 않았다. ‘고급 웰빙 과자’라는 콘셉트로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셈이다.

오리온은 이를 위해 타깃 소비자들이 주로 모이는 콘서트장, 패션쇼 등에서 제품을 나눠주며 홍보했다. 마켓오 과자를 먹는 스타들의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자 자연스럽게 ‘연예인 ○○○가 먹는 과자’라는 입소문도 생겼다. 인터넷에 카페와 블로그를 개설해 마켓오 과자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디저트 레시피도 올렸다. 마켓오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1년간 약 5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오리온의 지난해 전체 매출인 약 6000억 원의 10%에 가깝다.

○ 신뢰를 얻는 방법

마켓오가 ‘자연 재료’ ‘유기농’이라는 콘셉트를 타깃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단기간에 확고한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던 성공 비결은 뭘까.

첫째로 ‘시그널링 효과(signaling effect)’다. 과자류는 소비자들이 구매 노력을 적게 들이는 저관여 제품이다. 이 때문에 제조사에서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만들었다 해도 소비자가 안 믿거나 별 관심을 갖지 않으면 소용없다. 따라서 다양한 ‘신호’를 보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마켓오가 보낸 신호는 ‘비싼 가격’이었다. 슈퍼에서 파는 과자 하나가 2000∼3000원이나 한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은 ‘정말 좋은 재료를 썼나 보다’ 하고 믿게 됐다.

둘째로 마켓오는 카테고리 대 카테고리의 경쟁을 추구함으로써 시장을 넓혔다. 과자 카테고리 내에서만 시장을 찾은 것이 아니라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잠재 경쟁 시장을 확장했다. 이를 위한 품질 업그레이드는 필수였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yhyun@business.kaist.ac.kr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정지용(25·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박진영(22·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인턴연구원이 참여했습니다.

※ 이 기획 기사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7호(2009년 12월 15일자)와 홈페이지(www.dongabiz.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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