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기자의 자동차이야기]年 4억달러 쏟고도… 세계1위 도요타 ‘F1 철수 굴욕’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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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자동차회사인 도요타가 내년부터 포뮬러원(F1) 경기에서 철수하겠다고 11월 발표했습니다. 레이싱업계는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기에 그다지 놀라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기술력을 갖춘 데다 천문학적인 예산까지 쏟아 붓고도 우승 한 번 하지 못한 도요타에 측은한 눈길을 보내는 분위기였죠.

이에 앞서 혼다도 지난해 시즌을 끝으로 F1에서 철수했습니다. 1964년 일본 자동차업체 중 처음으로 F1에 진출해 여러 차례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지금의 혼다가 있게 한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나마 성과 면에서는 도요타보다 훨씬 나은 셈이죠.

반면 도요타는 2002년 F1에 진출한 이후 변변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8년간 총 139경기에 출전해 겨우 두 차례 2위를 하는 데 그쳤을 뿐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참여업체 순위는 2005년 4위에 오른 것이 최고입니다. 거대한 자동차회사가 막강한 자금지원을 하고도 이렇게 성적을 올리지 못한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도요타가 F1에 투입하는 1년 예산은 4억 달러(약 4600억 원)로 참가하는 팀 중에서 상위권에 속합니다. 일반적으로 1개 차종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그런데 레드불 같은 팀은 도요타 예산의 절반에 불과한데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더구나 도요타는 레이싱카에 들어가는 엔진과 차체 서스펜션을 직접 제작하는 팀이어서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죠. 올해 초 도요타는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팀을 해체하겠다고 배수진까지 쳤지만 팀 순위 5위, 드라이버 순위 8위에 머물렀습니다.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자동차업계에선 “도요타가 승용차를 싸고 튼튼하게 만드는 기술은 뛰어날지 몰라도 최고의 기술은 갖추지 못했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돈을 쓰고도 오히려 명예만 실추시킨 모양이 됐습니다. 결국 레이서 경력이 있고 최근에도 레이싱에 참여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도 회사의 실적 악화와 맞물려 두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모터스포츠 전문가들도 도요타의 부진에 정확한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엔진 출력이 부족했고 차체의 한계와 서스펜션 세팅 등 기술이 최고 수준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봅니다. 또 두드린 돌다리도 다시 두드려 보고 건너는 도요타의 치밀함이 오히려 ‘독(毒)’이 됐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도요타 웨이’가 촌각을 다투는 레이싱에는 방해가 됐다는 것이죠.

도요타의 F1 철수를 지켜보면서 철저한 분석과 자금력, 조직력이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세상이지만 그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분야도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도전정신과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긍정의 힘, 장인정신 등 인간적인 면이 때로는 더 위대한 결과를 이룰 수도 있다고 봅니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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