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기업가정신센터 기업이 캠퍼스서 기업가 육성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6일 22시 12분


코멘트
지난달 18일 미국 MIT 기업가정신센터의 MBA 강좌인 ‘신생 기업’ 강의에서 시트릭스시스템스의 피터 레빈 부사장(왼쪽)이 학생들에게 창업 때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케임브리지=조은아 기자
지난달 18일 미국 MIT 기업가정신센터의 MBA 강좌인 ‘신생 기업’ 강의에서 시트릭스시스템스의 피터 레빈 부사장(왼쪽)이 학생들에게 창업 때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케임브리지=조은아 기자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캠퍼스 곳곳에선 요즘 다음과 같은 공고문이 자주 눈에 띈다.

"오바마는 '하버드 로 리뷰(Harvard Law Review)' 출신입니다. 당신은 'MIT 기업가정신 리뷰(MIT Entrepreneurship Review)'와 함께 일합시다."

MIT 기업가정신 리뷰는 MIT 재학생 3명이 아이디어를 낸 온라인 미디어다. 내년 2월부터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산업 분야에서 기업가와 벤처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정보를 온라인에 올릴 계획이다.

MIT 기업가정신센터의 조세 파셰코 프로그램 매니저는 "MIT 기업가정신 리뷰에 초기 자본금 1만5000달러와 기업 연락처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의욕 있는 학생들을 저명한 기업에 소개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T는 이처럼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들의 활동을 지원하면서 기업들을 캠퍼스에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가 실제 기업을 키워내는 인큐베이터이자 시험장이 되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주는 것이다. MIT 기업가정신센터도 이를 위한 조직의 하나다. 이 센터는 20년 째 교수가 아니라 현장의 기업인이 직접 강단에 서는 강좌를 열고 있다.

●기업을 캠퍼스로 끌어 들인다

"당신은 막 새로운 미디어 기업을 시작하려는 참에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벤처캐피털에서 투자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만 한 달간 검토한 뒤 계약을 하겠다고 합니다. 당신이 제안에 동의했는데 일주일 뒤 다른 대기업에서 지금 당장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난달 18일 MIT 기업가정신센터의 경영학석사(MBA) 강좌인 '신생기업(New Enterprises)' 강의에서 나온 질문이다. 강사인 기업 솔루션업체 시트릭스시스템즈의 피터 레빈 부사장이 경험한 내용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자 레빈 부회장은 "이럴 때 중요한 점은 이미 당신이 약속을 했다는 점"이라며 "약속을 어기면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평판이 금세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시간가량 이어진 수업이 끝나자 레빈 부사장 주변으로 질문을 하려는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수업은 레빈 부사장의 멘터링 시간인 셈이었다.

MIT 기업가정신센터는 이같이 생활과학 정보기술(IT) 청정에너지 등 학생들의 관심이 많은 산업 분야에서 기업가 6명을 초빙해 '주재 기업인(Entrepreneur in Residence)'이라는 역할을 부여했다. 이들은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하면서 수업이 없을 때는 학생들의 창업에 대해 조언한다. 학생들이 기업과 밀도 있는 스킨십을 하도록 마련한 제도다.

●기업-대학의 축제, 경진대회

매년 MIT가 주최하는 'MIT 100K달러 사업 계획 경진대회'는 벤처 기업가를 꿈꾸는 학생과 젊은 아이디어를 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만남의 장이다. MIT 학생을 중심으로 팀을 이뤄 1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창업계획서를 만들어 낸다. 경진대회에 나왔던 사업 아이템으로 지금까지 120여 개의 회사가 실제 설립됐다.

MIT 100K달러 사업 계획 경진대회는 뜨거운 반응에 따라 글로벌 버전도 낳았다. 매년 세계 각국에서 'MIT 100K달러 글로벌 창업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창업 경쟁에 참여한 MIT 슬론 스쿨의 학생 크레드 킨더 씨는 "이번 경진대회는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을 직접 만나 조언을 듣고 투자자를 찾는 법을 배우면서 법률 상담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나이 들었을 때 내가 한 때 기업을 세워 본 적이 있다고 뿌듯하게 돌이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 혁신형 인재들의 힘

MIT에서는 1970년대 이후 졸업생들의 창업 붐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엔 기업과 대학을 연결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밑거름이 됐다. 기업과 학교를 연결한 건강한 생태계에서 기업가정신과 창의력을 동시에 갖춘 '혁신형 인재'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란 인재들은 세계 경제에서 이미 자신의 역할을 든든히 해 나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MIT 출신이 설립한 기업 가운데 현재 활동 중인 곳은 약 2만5800개에 이른다. 이들은 약 330만 명을 고용하고 연간 2조 달러(약 2300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젊은 벤처 기업가들이 많이 몰려 있는 매사추세츠 주에선 MIT 출신 혁신형 인재들이 지역 경제의 엔진 역할도 하고 있다. MIT 졸업생이 세운 회사 가운데 약 6900개가 매사추세츠 주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 전체 기업 매출의 약 26%를 담당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미국)=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