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전세난… 매물 품귀현상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5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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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 씨(36)는 대치동의 99㎡(30평형) 빌라 전세 재계약을 포기하고 개포 주공 1단지의 56㎡(17평형)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1억2000만 원 했던 전세금이 1억8000만 원으로 6000만 원이나 오른 데다 인근 주택들도 가격이 많이 올라 강남에서 계약할 수 있는 전셋집은 10년 넘은 재건축 아파트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 초 서울을 중심으로 급등했던 전세금이 좀처럼 내리지 않으면서 세입자들의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학군 수요와 신혼부부 등 전세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물량이 많지 않아 전셋집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 당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건축 이주 및 보금자리주택 입주를 위한 대기수요까지 겹치면서 내년 초 전세금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 1억 원 미만 전셋집은 '옛말'

대치동과 역삼동 등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전셋집을 선점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중소형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대치동 선경 1,2차, 역삼동 역삼 아이파크와 역삼 e-편한세상, 역삼래미안, 도곡동 도곡렉슬 등은 올 초보다 1억 원 이상, 8월보다 2000만 원 이상 올랐지만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치동 한티역부동산 김권재 사장은 "겨울방학을 맞아 문의 전화는 많지만 매물은 각 평형별로 2, 3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세금이 저렴해 신혼부부 등이 많이 찾던 구로구나 관악구의 소형 아파트들도 가격이 치솟고 있다. 구로구 신도림동 동아 2,3차와 신도림 4차 e-편한세상은 일주일 사이 전세금이 500만~1000만 원 상승했고,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도 500만 원 정도 올랐다.

이에 따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역세권 아파트 중 1억 원 미만의 전세금으로 구할 수 있는 집도 급격히 줄고 있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올 초 37만6520채로 집계됐던 수도권의 1억 원 미만 전셋집이 11월 현재 34만1431채로 10% 가까이 줄었다.

수요 많지만 공급 적어 전셋집 구하기 '빨간 불'

문제는 이러한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인 공급 가뭄이 내년에도 별반 나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0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0만 채가 조금 넘어 2000~2008년 평균 입주량인 31만7758채보다 1만4191채 적다. 서울의 입주 예정 물량도 3만5557채로 2000~2008년 평균 입주량(5만7568채)의 62%에 불과하다. 내년 오피스텔 입주량도 전국 5827실, 서울 679실로 평년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가 늘어나는 1, 2인 가구의 전월세 수요를 흡수하겠다며 내놓은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승인 건수도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 9건 총 530채이고 서울은 2건에 불과하다.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던 대형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을 보류 또는 취소하고 있다.

반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관리처분인가가 난 재개발 구역은 2006년 6개 구역 조합원 1868명에서 지난해 21개 구역 9596명으로 증가했고 세입자까지 포함하면 한 해 4만 가구 이상의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전세 살던 사람이 집을 사기가 쉽지 않은데다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가세해 전세금 상승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뉴타운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수요를 조정하고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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