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그들에게는 흉내 못 낼 ‘한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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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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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질주하는 일본 대표 3총사

《세계 정상급의 일본 자동차들도 시작은 쉽지 않았다.
1960년대 일본 브랜드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족쇄가 됐던 시절 도요타 등은 특유의 뚝심과 섬세함, 장인정신으로 난관을 하나씩 헤쳐 나갔다.
‘저스트 인 타임(JIT)’과 ‘전사적 품질경영(TQM)’은 이제 도요타의 경영방침만이 아닌 세계 경영학 교과서의 핵심 챕터가 됐다.
한때 자동차 명가라는 자부심으로 콧대가 높았던 메르세데스벤츠마저도 생존을 위해 도요타의 양산방식을 배웠다.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와 닛산, 혼다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품질의 도요타’ 나오기까지


도요타는 1937년 직물기기 업체였던 도요타 자동방직에서 분사했다.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豊田喜一郞)는 1929년 부친을 설득해 자동직기의 특허권을 영국 회사에 판 뒤 이 돈으로 자동차공장을 세워 1936년 일본 첫 자동차인 ‘AA형’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자금 상황이 악화되면서 1949년 도산 직전까지 몰렸다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겨우 살아났다.

이 여파로 도요타는 재고를 없애 자원의 낭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양산 시스템 개발에 몰두하게 된다. 지금까지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저스트 인 타임(JIT)’ 방식이 생긴 배경이다. JIT는 협력업체와의 부품 재고량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유지해 ‘필요’할 때 ‘필요’한 부품으로 ‘필요’한 양만큼 차를 만드는 생산방식이다. 생사의 위기를 번영의 기회로 변화시킨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도요타는 1957년 미국 수출 실패의 경험을 통해 품질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가이젠(개선)’과 ‘전사적 품질관리(TQM)’로 제품 결함을 끊임없이 줄여나갔다. ‘품질의 도요타’라는 별명은 여기서 나왔다.

현재 세계 170개국에서 차를 팔고 있는 도요타는 2001년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를 한국에 처음 출시한 데 이어 올해 10월 대중차 브랜드인 캠리 등 4개 차종을 선보였다. 렉서스와 도요타 출시의 의미는 서로 사뭇 다르다. 한국 시장에서 암중모색만 하던 도요타가 이제는 대량판매로 한국 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다. 실제로 도요타는 주력 모델인 캠리의 가격을 예상보다 훨씬 저렴한 3490만 원으로 정해 일본 경쟁사뿐만 아니라 한국 선도업체인 현대자동차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돌다리도 수십 번을 두들겨 본다’는 도요타답게 마케팅 전략만은 극도로 신중한 편이다.

지난달 20일 한국토요타의 신차발표회에 참석한 후노 유키토시(布野幸利) 도요타 본사 부사장은 기자회견 내내 “한국 자동차 회사와 경쟁할 생각은 결코 없다. 수입차끼리 경쟁하겠다”며 “한국 사회에 공헌하고 지역 봉사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토요타 직원들과 노숙자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한 일화를 언급하면서 “친환경차인 3세대 프리우스는 높은 연비로 한국의 교통문화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한국 사회에 공헌하고 여러분에게 사랑받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는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정부와 업계를 자극하지 않고 조용히 판매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인들의 반일 감정을 의식한 조심스런 접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도요타는 내년도 한국 시장 판매 목표를 월 700대로 잡았지만, 업계에선 월 1000대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술의 닛산’이 걸어온 길



1933년 창립된 닛산은 초기부터 기술혁신에 우선순위를 뒀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존폐의 위기에 처했지만 1959년 영국 오스틴사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제작한 승용차 ‘블루버드’가 인기를 끌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1958년에는 처음 출전한 호주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어 1960년 자동차 업계에선 처음으로 품질관리에 뛰어난 개인이나 기업에 주는 데밍상을 수상해 ‘기술의 닛산’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닛산은 1970년대부터 연비 향상을 위해 고장력 강판과 아연-니켈 합금을 이용한 강판, 엔진 연소 제어기술 등을 잇달아 개발해 냈다. 닛산은 고급차 브랜드인 인피니티로 1989년 11월 북미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닛산 인피니티는 ‘토털 오너십 익스피리언스(Total Ownership Experience)’로 불리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각광을 받았다.

기술의 닛산답게 친환경차 개발에도 한 발 앞섰다. 1947년 전기차 개발을 시작해 올해 8월 양산형 전기차인 ‘리프(LEAF)’를 공개했다. 닛산은 리프를 비롯해 경상용차 NV200, 랜드 글라이더, 인피니티 전기차 모델 등 총 4개 차종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닛산은 1960년대부터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으로 승승장구했지만 1990년대 장기 불황과 누적된 적자로 1999년 회사 지분의 37%를 프랑스의 르노그룹에 넘기게 됐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3년간 닛산 임직원의 15%인 2만2900명을 구조조정한 뒤에야 회생할 수 있었다. 한편 닛산은 2005년 인피니티에 이어 지난해 대중차인 닛산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오면서 2012년까지 수입차 시장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것 이외에 한국닛산은 올해 전국에 5개 전시장을 세우고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형 세단 알티마 출시 직후 6주간 경쟁모델인 혼다 어코드와 비교 시승회를 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했다.

또 대중과의 접점 확보 차원에서 벌인 ‘당신의 SHIFT_는 무엇입니까?’와 ‘나만의 티셔츠를 디자인 하라’ 등의 이벤트에는 3만 명가량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올 4월에는 모터쇼는 오프라인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온라인상으로 ‘닛산 버츄얼 모터쇼 2009’를 진행해 평소보다 10배가 넘는 방문객들이 한국닛산의 홈페이지를 찾기도 했다.

○‘엔진의 혼다’가 되기까지


혼다는 1948년 자전거에 보조 엔진을 단 모터사이클로 사업을 시작했다. 혼다는 일반 자동차를 비롯해 모터사이클과 레이싱카 등을 폭넓게 제작하면서 내연기관의 심장이랄 수 있는 엔진에서 높은 기술력을 쌓을 수 있었다. 1961년 영국 만섬에서 열린 TT레이스에서 세 부문(125, 250, 350cc)을 모두 우승해 모터사이클에 있어 세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혼다는 1972년 연소실을 나누는 공정으로 배출가스량을 현격히 줄인 ‘CVCC 엔진’을 개발해 세계에서 최초로 미국의 머스키법을 통과했다. 머스키법은 미국 정부가 1975년까지 유해가스 배출량을 1971년의 10%로 낮출 것을 의무화한 법률로 당시에는 ‘내연기관 금지법’으로 불릴 만큼 어려운 과제였다.

혼다의 기술 집착은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의 기업가 정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평생 사장실보다는 실험실에 더 머물렀던 소이치로 회장은 2006년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는 기술만으로 여기까지 왔다.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면 반드시 그렇게 하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혼다는 연구개발 투자에 아낌이 없다. 2000년 6400만 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실내 자동차 안전 테스트 시설을 세운 데 이어 2003년에는 3000만 달러를 투입해 미국 오하이주 리치먼드에 자동차 충돌사고 안전 연구시설을 설립했다. 혼다에 따르면 2005∼2009년까지 연평균 50억 달러 이상을 엔진 및 안전사양 등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혼다는 2001년 한국에 진출해 지난해에만 어코드를 6785대나 팔아 수입차업계 1위로 올라섰다. 우수한 품질과 함께 올해 닥친 엔고 이전까지 가격경쟁력도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LC(Long Life Care· 생애고객관리)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혼다코리아의 고객서비스도 큰 힘을 발휘했다. LLC는 판매를 한 영업사원과 서비스팀 사원이 하나가 돼 고객이 새 차를 구입할 때까지 꾸준히 일대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대차가 이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LLC는 혼다의 대표적인 고객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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