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같은 쏘나타 vs 가을남자 같은 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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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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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한국에서 정면대결… 성능-디자인 철저 해부해 보니

쏘나타 파격적 디자인… 스포츠세단 수준의 운동성능
캠리 기교보다 기능 충실… 평범하지만 지겹지 않은…

《한국 대표선수 현대자동차 ‘쏘나타’와 일본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도요타 ‘캠리’가 마침내 한국에서 격돌했다. 캠리는 자동차의 품질이나 인지도, 가격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쏘나타보다 한 등급 정도 윗자리를 차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타도 캠리’를 외치며 신형 쏘나타를 승부수로 던졌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기자를 포함해 자동차 전문 블로거 권영주 김현규 씨 등 3명이 두 모델을 사흘에 걸쳐 꼼꼼히 비교해 봤다.》○ 디자인, 혁신적인 쏘나타와 보수적인 캠리

캠리의 외관은 지극히 평범하다. 모난 곳이 없고 그래서 흠잡을 곳도 없다. 누구나 싫증내지 않고 선택할 수 있지만 개성은 없다. 패밀리세단으로 7, 8년 정도를 탄타고 가정했을 때 오래 타도 지겹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왠지 나이가 들어 보이고 답답한 느낌도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실내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캠리는 대단히 보수적이다. 기능에 충실하고 기교를 부린 곳을 찾기 힘들다. 모니터 주변 패널에 은은한 백라이트가 들어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징이 없다. 이전 세대 NF쏘나타보다도 한 시대 전의 인테리어 냄새를 풍긴다. 톡톡 튀는 젊은 세대에겐 지겨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쏘나타의 외관은 파격적이다. 날카로운 에지와 예술적인 선들이 차체를 휘감고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도 달라 보인다. 세계적으로 대중브랜드가 주력 차종에 이렇게 화끈한 디자인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쏘나타의 디자인은 실험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쏘나타가 분명히 앞섰지만 글로벌 시장의 평가는 좀 더 기다려 봐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인테리어의 차이도 외관만큼이나 크다. 쏘나타는 화려한 곡선과 파란색 불빛이 현란하다. 럭셔리하다는 반응도 있고, 시선이 분산돼 약간 어수선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 운동 성능은 쏘나타, 승차감은 캠리

배기량이 쏘나타는 2.0L(165마력), 캠리는 2.5L(175마력)로 달라 동력 성능의 수평비교는 힘들다. 내년에 쏘나타 2.4L(201마력) 모델이 나와야 정확한 비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지금의 쏘타나와 캠리를 비교해 보면 캠리가 10마력이라는 수치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캠리의 토크가 17%나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출력도 쏘나타보다 낮은 엔진회전수(rpm)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가속시간을 직접 측정해 봤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쏘나타 9.9초, 캠리 9초 정도로 평범하다. 해당 배기량이 해낼 수 있는 기대치만큼이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쏘나타는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캠리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았다. 그러나 제원상으로 봤을 때 쏘나타 2.4L는 동력 성능에서 캠리를 쉽게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력 성능을 제외한 운동 성능에서는 쏘나타가 확실히 스포티하다. 아니 스포츠세단 수준이다. 핸들링이 예민하고 커브길을 파고드는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캠리는 운전대를 돌렸을 때 한 박자 쉬고 차체가 반응을 하지만 쏘나타는 즉각적이다. 반경이 큰 커브길에서 속도를 견뎌내는 능력은 비슷하지만, 반경이 짧고 S자로 이어져 있는 커브길에서는 캠리의 언더스티어 현상이 더 컸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쏘나타는 한 번의 바운싱으로 거의 제자리를 잡지만 캠리는 2번을 출렁거린 뒤에야 수평을 유지한다. 직선도로를 달릴 때도 캠리는 미세하게 흔들거리는 느낌이 전해져 약간 어지럽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따라 승차감도 사뭇 다르다. 쏘나타는 통통거리지만 캠리는 전형적인 물침대 스타일로 부드럽다. 거친 길을 갈 때는 캠리가 더 편안하다. 쏘나타의 핸들링과 승차감이 젊은 취향에 맞는다면 캠리는 중장년층에게 어울린다. 기본적인 외부소음 차단 수준은 두 모델이 거의 비슷하지만 엔진소음은 쏘나타가 조금 더 큰 편이다. 다만 시속 120km 이상 고속주행에서는 쏘나타의 바람소리가 캠리보다 작았다.

○ 한 세대 앞선 쏘나타, 무르익은 캠리

두 차종을 같은 자리에서 번갈아 운전해 보면 쏘나타가 한 세대 앞서 있고 고급형 모델이라는 감이 온다. 중형차 구매를 앞둔 소비자의 눈으로 보면 쏘나타의 디자인이나 각종 전자장비는 ‘이 차는 신형’이라는 느낌을 준다. 엔진스타트 버튼, 컬러 액정표시장치(LCD) 트립미터, 차량관리시스템, 화려한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은 캠리에서 볼 수 없다. 이에 비해 캠리는 전체적으로 구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쏘나타가 최근에 나온 모델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향하는 점이 보수적이라 차이가 더 크다. 쏘나타가 ‘첨단’이라면, 캠리는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 면에서 캠리는 한 세대 뒤진 모델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차의 숙성도는 농익었다고 표현할 수 있다. 파워풀하진 않지만 차분한 엔진, 안정적인 변속기, 물렁대기는 하지만 잡소리 없이 깔끔하게 작동하는 서스펜션은 인상적이다.

결론적으로 배기량이 다른 엔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을 비교할 때 두 모델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지만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범위에 있다. 지금까지는 비슷한 성향의 쏘나타와 캠리가 경쟁해 오면서 캠리가 우위를 점했다면, 이제부터는 디자인과 성능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 두 모델이 세계시장을 놓고 맞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석동빈 기자

▲석동빈 기자
정비용 리프트에 올려놓고 조립품질 상태 보니
‘실링 마감’ 쏘나타, ‘고무 품질’ 캠리 우


도요타는 전통적으로 디자인이나 성능 혹은 기술에서 앞선 회사는 아니다. 안정적인 품질과 내구성, 깔끔한 마무리, 친절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잘해서 성공했다. 도요타의 ‘품질신화’는 분명히 허구는 아니지만 다소 부풀려진 면도 없지는 않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거의 모든 자동차회사의 자동차 품질과 내구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돼 특별히 문제가 있는 브랜드는 사라졌다. 그래서 이번엔 도요타 캠리와 현대차 쏘나타를 자동차 정비용 리프트에 올려놓고 조립 품질을 비교해 봤다.

자동차의 외부를 형성하고 있는 각 패널의 단차는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차의 바닥을 들여다보니 캠리의 곳곳에서 허술한 면이 드러났다. 머플러 파이프의 용접이 아주 거칠었고 소음과 이물질의 침입을 막아주는 실링의 마감도 쏘나타보다 떨어졌다.

쏘나타보다 나은 점도 발견됐다. 내구성과도 직결되는 각종 고무의 품질이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해 보였고, 전조등의 전구는 독일산이 들어가 있었다. 브레이크 캘리퍼의 표면 마감도 캠리가 더 정교했다. 전체적으로는 캠리가 쏘나타보다 신경을 더 썼다고 볼 수 있지만 여러 곳에서 무성의한 마무리가 눈에 띄었다. 가죽시트의 재봉 상태는 두 모델이 비슷했지만 실내 패널의 조립 품질은 오히려 쏘나타가 앞섰다.(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blog.donga.com/mobidic 참조)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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