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나와 시장에 눈떠라” 범생이를 기업가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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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제2의 MS-구글 창업할 ‘기업가정신’ 강좌 봇물
“발명왕 대신 영재기업인 육성”
영재교육 패러다임에도 변화
KAIST-포스텍, 중고생 선발
창의력+도전정신 집중지도 계획

“당신은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입니다. 지구의 빈곤층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시작해 보세요.”

중고교생 3∼5명씩 조를 이뤄 이 프로젝트에 머리를 모은다. 여름방학에 사업 아이디어를 짜낸 뒤 겨울방학 때는 제품의 견본을 만들어본다.

어떤 조는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아프리카 난민들을 위해 특별한 운송 수단이 없어도 먼 곳에서 쉽게 물을 길어올 수 있는 물통을 만드는 기업이 된다. 또 다른 조는 수질 오염으로 고통 받는 개발도상국 주민들을 위해 저렴한 정수기 필터를 파는 사업을 구상한다.

이상은 포스텍이 내년 3월 문을 여는 ‘차세대 영재기업인 교육원’의 수업 현장을 가상해본 것이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일찍부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업가 윤리를 배운다. 또 제품 개발 과정에서 창의력을 키우고 판매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도전정신도 키운다. 이른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교육이다. 교실에서 지식만 빨아들인 ‘범생이’들에게 지식을 어떻게 상품화하고 창업에 활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교육이다.

○ “기업가 정신 어릴 때부터 키우자”


발명 영재를 발굴 육성해온 특허청은 내년부터 영재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종전에는 발명을 위한 창의력 키우기에 집중했지만 이제 창의력에 기업가의 마인드로 무장한 영재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특허청 주도로 KAIST와 포스텍에 차세대 영재기업인 교육원이 마련됐다. 두 대학은 중고교생을 각각 100명, 80명 뽑아 내년 3월부터 2년에 걸친 특별 교육에 들어간다. 이 교육은 이병욱 충남대 교수를 포함한 15명의 차세대 영재기업인 육성 기획단을 중심으로 이현구 대통령 과학기술 특보, 서남표 KAIST 총장,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 등 자문회의의 도움을 통해 마련됐다.

특허청이 ‘발명왕’에서 ‘영재기업인’으로 영재교육의 중심축을 옮기는 이유는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키우는 기업가 정신이 점차 중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창업에 성공한 빌 게이츠(MS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구글 창업자) 같은 인물을 키워야 국가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 허남영 KAIST 선임연구원은 “영재교육이 최근 붐을 이루고 있지만 이젠 배운 내용을 사업화하고 특허로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지식재산(IP)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IP 전문지식을 갖춘 영재기업인 육성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내 IP를 특허로 보호하고 키우는 ‘특허괴물(Patent Troll)’ 육성에 나선 바 있다.

기업가 정신 교육은 이공계 위기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공계생의 지식에 기업가 마인드를 덧입히면 안철수 KAIST 석좌교수처럼 이공계 기반의 사업가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 관련 프로그램 봇물

중소기업청에선 기업가 정신 조기 교육을 위해 ‘우리는 어린이 CEO’라는 온라인 게임을 선보였다. 어린이들은 이 게임을 통해 인터넷 쇼핑몰, 유기농 농산물 회사 등의 CEO가 돼 회사의 인원을 조절하고 제품을 만들어본다.

대학가에서도 최근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강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은 지난해부터 벤처 컨설턴트로 유명한 유효상 전 인터벤처 사장을 교수로 세워 ‘앙트레프레너 MBA’를 시작했다. 서울대 법대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샌타클래라 법대와 공동으로 IP 법학 석사과정을 신설해 이달부터 신입생 모집을 시작했다. 학생들의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IP로 어떻게 사업화하고 관리할지를 배우는 과정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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