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위기를 직원에게 알려라, 그러면 저절로 뭉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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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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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라드 클라이스터리 필립스 CEO

“마음 사로잡는 비전 제시해 스스로 동참 유도
과거 필립스는 이성 중시…지금은 감성 강조”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필립스는 지난해 4분기(10∼12월)에 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직원 12만여 명에, 2007년 매출 268억 유로(약 46조7500억 원)를 올린 유럽의 대표 기업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올해 3분기(7∼9월) 예상을 뛰어넘어 1억7400만 유로의 흑자를 내며 위기론을 일축했다.

글로벌 인사전략 컨설팅사인 이곤젠터인터내셔널은 최근 제라드 클라이스터리 필립스 최고경영자(CEO·63·사진)를 인터뷰하고 그의 불황 극복 전략을 자사 매거진 ‘포커스’에 소개했다. 기사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4호(11월 1일자)에 소개됐다. 다음은 인터뷰 요약.

―요즘 같은 위기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가.

“불확실한 시대에 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는 좀 더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가령 인터넷으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것이 호황기와의 차이점이다.”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할 일도 많다.

“경영진이 한 번에 한 가지씩 나쁜 소식을 전달하는 ‘살라미(salami)’ 전술을 택하면 직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회사의 전략은 탄탄한가, 재정 상태는 건전한가, 제품 및 서비스 매력도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할 수 있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위기는 오히려 직원들을 결집시키는 기회가 된다.”

―어떤 방법으로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만드는가.

“조직 구성원 중 상당수(critical mass)의 마음을 사로잡을 비전이 필요하다. 그런 비전만 있으면 모든 조직원들이 저절로 동참한다. 전략은 우수한 두뇌를 가진 ‘상아탑의 천재들’이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발견의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필립스가 인재 채용 시 마케팅 역량을 중시하는 이유는….

“우리는 간부들의 마케팅 역량을 예전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과거 필립스는 생산 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을 고위직에 앉혔다. 옛날에는 생산이 회사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공정 관리와 자본 지출, 기술 개발이 중시됐던 시절, 이 방식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 필립스는 헬스케어와 웰빙 등 사용자 중심의 응용 기술 분야와 소비자의 효용을 증대하는 분야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인재를 선발할 때 마케팅 역량을 중시한다. 고객 욕구를 잘 이해하는 직원들에게 더 큰 보상을 해주고 있다.”

―필립스의 경영진 보상 체계를 설명해 달라.

“예전에는 경영진 개인이 담당한 분야의 성과만 보고 연간 보상액을 결정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다. 최근에는 경영진의 성과를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는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실적을 냈는지뿐만 아니라 업무 처리 방식이 훌륭했는지도 평가하고 있다. 연간 보너스 총액은 필립스 실적에 따라 결정되고, 개인별 배분 비율은 개인에 대한 평가에 따라 정해진다.”

―금전적인 방안 이외의 효과적인 동기 부여책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인정(recognition)’이다. 필립스는 예전에 직원들의 공로를 그다지 적극적으로 칭송하는 기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다양한 ‘인정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단순성(simplicity)상과 고객만족상 등 여러 포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실행 방식은 문화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인정’은 문화권을 초월하는 요소다.”

―직원들의 기업가 정신이 왜 중요한가.

“회사와의 계약 때문에 마지못해 일하는 직원은 원치 않는다. 필립스는 대기업이지만 사내에서 ‘몰입(engagement)’이 자주 일어나기를 바란다. 회사와 직원이 목표와 목적, 가치, 비전, 전략을 공유한다면 경영자가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알아서 올바른 일을 한다.”

―과거 필립스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감성적 측면이 예전보다 한층 더 중시되고 있다. 필립스는 과거 기술 혁신의 전통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성적인 측면만 중시했다. 하지만 요즘 필립스 사람들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가’ 등의 이슈를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단층촬영(CT)기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환자들이 촬영 중에 유쾌한 기분을 느끼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고 싶다.”

제라드 클라이스터리 CEO는 독일 출신으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1974년 필립스에 입사했다. 필립스 부품담당 최고임원, 수석부회장 등을 거쳐 2001년 CEO로 취임했다. 필립스 내의 여러 파벌을 통합하고, 구시대적인 기업 구조를 해체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4호(2009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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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記의 리더십/혁신파 周 선왕도 자만심엔 졌다

환주(周)나라 선왕(宣王)은 우여곡절과 천신만고 끝에 정권을 잡았다. 선왕은 주나라의 중흥을 위해서는 개혁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에 유능한 인재들을 기용해 대거 포진시켰고, 군대를 가다듬어 주변 강국과 소수 민족들을 평정해나갔다. 그러나 집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향락에 몸을 맡기고 정무를 게을리 했다. 결국 3년 뒤 선왕은 살해되고 말았다. 리더들의 자만(自滿)은 십중팔구 자만(自慢)을 불러오고 끝내는 자멸(自滅)로 이어진다.

▼‘모멘텀 효과’의 석학 장 클로드 라레슈 교수 인터뷰/“인간의 감정을 어루만져라. 제품이 스스로 팔리게 할 수 있다.”

“고객을 행복한 죄수로 만들어라.”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 클로드 라레슈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그 제품을 사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 제품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팔지 말고, 제품 자체가 스스로 팔리는 힘을 갖도록 만들어 성장의 추진력을 얻으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바로 외부 환경의 도움 없이 기업을 성장시키는 추진력, 즉 ‘모멘텀 효과’다.

▼Harvard Business Review/핵심은 사람이다, 합병 성공의 길도…

프랑스의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퍼블리시스그룹은 자금난에 허덕이던 사치&사치를 인수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거꾸로 사치&사치의 경영 철학과 운영 체계를 받아들이는 입장을 취했다. 바로 주객이 전도된 합병이다. 합병에서 승리하는 기업들은 점령군을 파견하는 정복자처럼 굴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은 손님을 환대하는 주인 역할을 하며 열성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보인다.

▼회계를 통해 본 세상/골드만삭스가 강한 이유

골드만삭스의 올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지난해의 36만 달러보다 배 이상 증가한 77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공적 자금을 받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투자은행 업계가 자사 직원들에게 엄청난 보너스를 지급하는 게 과연 온당할까? 월가 투자은행의 보상 체계는 직원들이 회사의 장기 이익보다는 자신의 단기 보너스를 더 추구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보상 제도를 설계할 때 미래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에 투자은행 직원들은 공적 자금 투입 여부에 상관없이 두둑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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