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부산 OECD 포럼에 온 스티글리츠 美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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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회복세, 세계경제 이끌기엔 미약
한국 3분기 2.9% 성장
놀랄만한 수치 아니다
GDP 대체 지표 필요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28일 “1년 전보다 세계 경제는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경제와 사회발전의 측정지표로 국내총생산(GDP)을 뛰어넘는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에서 열린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에 참석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금융 부문이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총수요도 줄어들고 있다”며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푼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해 “여러 국가의 회복속도가 다른데 미국과 유럽의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며 “경제회복의 장애물이 곳곳에 상존해 있고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지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경제회복에 대해선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경제규모 측면에서 아시아는 너무 작기 때문에 아시아의 경제회복만으로는 유럽과 미국의 경제회복을 견인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경제회복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3분기 2.9% 성장은 그렇게 놀랄 만한 수치가 아닌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날 OECD 세계포럼에서 ‘발전 측정의 새 패러다임’에 대해 기조연설을 한 그는 “지금까지 사용하던 경제 측정지표가 이번 경제위기로 한계를 드러냈다”며 “미국의 기업이익의 40% 이상이 금융 분야에서 나오는 것으로 측정되는데 지난해 발생한 금융위기로 이 수치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측정 지표가 왜곡되면 그 측정을 기반으로 한 정책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며 “GDP처럼 단기적인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측정하는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지난해 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으로 설립된 ‘경제성취와 사회진보 측정위원회’(일명 스티글리츠위원회)를 이끌며 GDP 너머의 새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올해 9월 “사회발전을 측정하기 위해선 GDP 통계를 개선해 삶의 질, 경제 및 자연자원의 지속가능성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의 삶의 질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스티글리츠 교수는 “통계를 낸 적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스티글리츠위원회가 올해 6월에 낸 연구보고서 초안을 보면 한국인의 삶의 질은 GDP 기준의 경제력보다 많이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 연구보고서에서 한국은 △GDP와 개인의 가처분소득의 성장률 격차가 큰 국가 △작업장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국가 △하루 70분을 통근에 소비하는 국가 등과 같이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부산=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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