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金값 고공행진은 인플레이션 경고등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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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자산시장에서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데 달러 표시 채권 수익률이 함께 떨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미 국채 수익률의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수익률이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고 2년 만기 수익률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 표시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수익률이 올라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가 일주일 동안 2%나 하락하면서 1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는데도 미 국채 수익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 부족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 자산시장이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 국채라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경계심,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 변화 등이 얽혀 금융시장에 유례없는 ‘가치 혼돈기’가 오고 있다는 신호탄일 수 있다.

이러한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자산이 금이다. 금은 지난 주말 저항선을 돌파하면서 온스당 1000달러 시대를 선언했다. 금 가격의 추세 상승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 역시 몇 가지 고민의 지점이 있다. 우선 금을 화폐가치 방어에 대한 대체재로서만 본다면 금 가격이 온스당 2000달러까지 올라도 그리 이상할 것은 없다. 과거 금본위제도와 같은 잣대로 미국의 총통화량(M2·현재 약 8조 달러)과 현재까지 채굴된 금의 총량(15만 t·온스당 1000달러 기준 약 4조 달러)을 비교해보면 적정 금 가격은 2000달러로 계산된다.

하지만 금은 제한된 자원으로 경제가 필요로 할 때마다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줄 수 없다. 따라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본위제도로의 복귀는 만화 같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금 가격 2000달러’론 역시 허구에 불과한 얘기가 된다. 하지만 때로는 감성이 이성을 압도한다. 사람들은 위험자산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거나 화폐가치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면 조건반사적으로 금을 찾는다.

더구나 지난 주말 유가와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금만 유독 올랐다는 것은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금 외의 다른 원자재는 달러 가치가 아닌 경기회복, 즉 ‘수요 요인’을 가격 상승의 동력으로 삼지만 금은 경기회복이나 실제 수요와는 무관하게 ‘화폐 가치에 대한 대체재’라는 전통적 논리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앞으로 금 가격이 추세적으로 오른다면 이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하는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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