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출신 연구 인력 100여명 영입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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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러시아 로스토프에서 열린 신차 발표회에서 공개된 타가즈사의 C100 차량. N 자동차 부품회사 홈페이지 캡처
4월 러시아 로스토프에서 열린 신차 발표회에서 공개된 타가즈사의 C100 차량. N 자동차 부품회사 홈페이지 캡처
■ 러 자동차社 한국법인 ‘타가즈코리아’, 기술 어떻게 빼돌렸나

《러시아 자동차 회사 한국법인에 취업한 한국인 연구원들이 GM대우자동차의 라세티 승용차 개발 기술을 통째로 빼내 실제로 러시아에서 짝퉁 차량을 만든 것으로 드러나 막대한 산업기술 유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짝퉁 차량은 이미 러시아에서 ‘C100’이라는 브랜드로 1만2000∼1만3000달러에 팔리고 있다.》

설립 두달만에 “신차개발”… 대우 연구원 채용
설계능력 부족하자 또다른 연구원에 ‘손짓’
도면-기술표준문서 등 파일 6000개 넘겨받아

○ GM대우차 출신들이 개발 주도

2006년 5월 설립된 타가즈코리아는 설립 두 달 만인 7월부터 신차인 C100 승용차의 엔진 개발에 들어갔다. 2007년 1월에는 차체 및 섀시 개발에 들어갔다. 목표는 2년 안에 신차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개발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설계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기존 설계 인력의 경험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업무를 총괄하던 황모 상무는 목표 내에 신차 개발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자 ‘친정’인 GM대우의 라세티 승용차의 차체 및 섀시 설계도면을 도용하기로 하고 GM대우에서 연구개발 인력을 대거 영입했다. 이 회사 직원 470여 명 중 100여 명이 GM대우 출신이며, 이들 대부분은 연구 인력들이다. GM대우에서 옮겨온 일부 연구원들이 GM대우의 기술을 황 상무에게 넘겨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GM대우의 기술을 확보한 황 상무는 2007년 7월 부하 직원 정모 씨에게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건넸다. 황 상무는 “여기에 저장된 파일을 다른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여러 개 복사한 뒤 팀장들에게 전해서 팀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황 상무가 건넨 외장형 하드디스크에는 GM대우자동차의 승용차 ‘라세티’ 차체 및 섀시 관련 설계도면 파일 2103개와 GM대우의 기술 표준문서 파일 1534개가 담겨 있었다.

이 하드디스크를 건네받은 정 씨는 복사를 한 뒤 섀시 설계팀장 이모 씨 등 각 부문 설계팀장들에게 나눠주었다. GM대우의 기술이 타가즈코리아로 유입되면서 신차 개발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올해 3월 ‘C100’이라는 신차 개발에 성공했다. 라세티 기술을 도용해 만든 ‘짝퉁 라세티’였다.

검찰 조사 결과 C100 승용차를 개발하는 데 쓰인 기술표준 문서는 GM대우의 기술표준과 완전히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술표준문서는 자동차의 설계, 각종 실험방법, 부품의 재질 등에 대한 기준과 조건을 정한 문서로 자동차의 설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타가즈코리아는 3월 “한국 엔지니어들이 타가즈코리아 연구소에서 2년여 동안 개발해 탄생한 C100은 품질우선주의와 합리적인 가격대로 러시아 현지 언론들로부터 경쟁력 있는 차량으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며 “러시아 최대의 국민차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 투자약속 이행 않고 철수하나

타가즈코리아는 국내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 이를 러시아에 수출하고 현지에서 조립하는 CKD(Complete Knock Down·반제품 현지조립생산) 방식으로 짝퉁 라세티를 만들고 있다.

CKD 방식은 보통 완성품의 수출보다 관세가 낮고 현지의 저렴한 노동력을 조립에 이용할 수 있으며 판매시장도 가깝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정밀기계나 자동차 수출에 종종 이용된다. 완제품의 수출증가로 일어나는 무역 마찰을 회피하기 위해서나 제3국을 통해 우회 수출할 목적으로 이 방식을 택하는 사례도 있다. 2006년 5월 설립된 이 회사는 쌍용자동차와 제휴해 ‘무쏘’와 ‘코란도’를 ‘타거’와 ‘로드파트너’라는 이름으로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러시아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 회사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타가즈코리아는 러시아 불경기로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밖에 수출을 못했다. 1일부터는 전체 직원 470여 명 중 200여 명이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타가즈사가 한국에서 철수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타가즈코리아의 러시아 모기업인 돈인베스트 그룹이 2008년 5월 충남도와 ‘2012년까지 6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자동차 부품공장을 건설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음에도 지금까지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러시아 내수경기 악화로 잠시 투자를 미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타가즈사는 러시아 재벌인 돈인베스트 그룹의 계열사로 러시아 남부 도시 타간로크에 자동차 공장이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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