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임협 석달 파행 6000억 손실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노조 계파간 갈등 심해
협상력 제대로 발휘 못해

5월부터 시작한 기아자동차 임금협상이 3개월이 지나도록 진전 없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 액수는 약 6000억 원(회사 측 추산)이며, 기아차가 올해 목표로 세웠던 ‘내수 시장점유율 35%’ 달성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19일 “과거 임협 타결이 이보다 늦어진 적은 있었지만, 3개월 동안 이번처럼 노사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유로는 우선 노조가 내부 갈등으로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노조에서는 계파가 다른 지부와 지회가 홍보물을 통해 비방하며 대립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노조 광주지회는 최근 소식지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쟁취할 자신이 없는 간부라면 깨끗하게 그만두고 조합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집행부를 비판했다. 화성공장에서는 전직 노조 간부가 유인물을 내고 “노조 집행부가 통일된 지도력을 발휘하지도 못하면서 쟁취 가능성이 의심되는 무책임한 파업을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다음 달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계파 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일부 계파들이 집행부나 상대 계파를 압박하기 위해 강경 투쟁을 고집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가 지부장 사퇴로 임협이 중단 상태에 있는 것도 기아차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매년 기아차 노사 교섭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 온 현대차 임협이 미뤄지면서 노사 양측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것.

사측도 전에 없이 강경한 태도다. 기아차는 18일 광주공장장인 조남일 부사장 등 임협 사측 교섭위원 3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임협 중 사측 교섭위원이 사실상 경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에 ‘물러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나 일본의 도요타 등 경쟁업체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데 지금 노사관계를 원칙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2, 3년 뒤 크게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경영진이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경제위기와 최근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의 여파로 노조에 대한 사회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 사측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