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산업의 ‘독립선언’… 2000억펀드 조성한다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2분


■ 정부 ‘발전 대책’ 내주 발표

완제품 중심 성장 한계
소재기반 산업구조 전환 필요

R&D예산 두배로 늘려
중기-대기업 공동연구 활성화

정부가 2000억 원 이상 규모의 소재펀드를 조성하고 소재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린다. 19일 지식경제부와 산업계, 학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소재산업 발전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소재산업 발전 방안은 △주요 소재자원의 확보 △R&D 등의 금융지원 확대 △사업화 지원 등 세 단계에 걸친 종합적인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자원과 원료 확보 로드맵을 구축해 주요 소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2000억 원 이상 규모의 소재 펀드를 조성하고 현재 국가 R&D의 7.8%에 그치고 있는 소재 관련 R&D 지원을 두 배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수요 연계형 R&D 사업도 확대된다. 소재를 사용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대기업이고 소재기업은 주로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소재기업과 대기업이 공동으로 R&D를 진행하도록 하는 등 상생(相生)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미국과 일본 등 해외 부품소재 업체와 국내 업체가 함께 R&D를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사업화 지원과 관련해서는 가칭 ‘소재 종합 솔루션 센터’를 설립해 소재 관련 데이터베이스, R&D 성과, 특허, 시장 정보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발전전략 마련은 국내 부품산업이 일정 수준에 올라왔다고 보고 소재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종전에는 부품과 소재를 함께 연관지어 지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취약한 소재산업이 국가 전 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 327억 달러의 3분의 1이 넘는 115억 달러가 소재분야에서 나왔다. 결국 수출 많이 해서 일본만 좋은 일 시켜 주는 셈이다.

○ ‘가분수’ 한국 산업

소재는 부품이나 완제품을 구성하는 핵심 기초 물질로 금속, 화학, 세라믹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세계적인 완제품 조립 생산 능력의 평준화로 핵심 소재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하지만 소재는 역할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그렇다. 한국의 제조업은 완제품 생산을 위한 소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소재, 부품, 완제품 순으로 기초 산업을 육성한 반면 한국은 완제품, 부품, 소재의 역순으로 산업을 발전시켜 ‘가분수’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능력을 자랑하지만 소재분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태양광 모듈은 전체 소재의 89%, 자전거는 84%,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경우 36%를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소재기업의 이익률은 평균 15%에 이르지만 국내 소재기업의 평균 이익률은 6%에 그치고 있다. 소재산업은 전체 제조업 대비 생산의 16.7%, 수출의 15.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소재산업의 비중은 1995년 7.2%에서 2007년 6.6%로 감소한 반면 소재를 필요로 하는 수요산업의 비중은 같은 기간 8.4%에서 10.0%로 증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소재산업이 수요산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기업과 소재기업의 상생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 고위험 고수익 소재산업

소재산업은 오랜 연구와 대규모 투자비를 필요로 한다. 미국의 고어사가 만든 고어텍스는 개발에만 19년이 걸렸다. 고어텍스는 방수와 투습 기능 섬유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2007년 매출은 24억 달러에 이른다. 또 삼성코닝정밀유리가 LCD용 유리기판을 개발하는 데는 14년이 걸렸지만 지난해 매출은 4조 원이었다.

정부가 소재산업 발전 방안을 내놓은 것은 완제품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고, 소재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철로 만든 자전거는 무게가 20kg에 20만 원 정도이지만 탄소섬유 복합재로 만든 자전거는 무게가 8.5kg이고 가격은 655만 원에 이른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셈.

정부는 소재산업 지원으로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 창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소재는 녹색 수송 시스템(그린 카)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필수 요소”라며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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