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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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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소비자의 감성을 사로잡으려면 엔지니어는 디자이너의 감성을 배우고, 디자이너는 엔지니어의 머리를 배워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휴대전화, 아이리버의 MP3플레이어 디자인 등으로 유명한 김영세 이노디자인 사장(사진)은 최근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벤처기업들을 위한 ‘토털 디자인 지원 사업’을 벌였다. 단순히 벤처기업의 제품을 디자인해 주는 게 아니다. 그는 벤처기업의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용 제품을 기획하고, 마케팅 방법과 판매처까지 연결해준다. 디자이너보다는 벤처캐피털리스트나 컨설턴트에 가까운 역할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엑셀코리아라는 회사의 ‘나노 코팅’ 기술을 제품화한 사례다. 이 회사는 어떤 용기(容器)든 나노 코팅을 통해 자외선과 수분, 공기를 완벽하게 차단해 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완제품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서 디자인할 제품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 회사의 기술에 ‘폴코(POLKO)’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로고 하나를 디자인해 줬다. 이 기술로 코팅된 용기에는 모두 폴코 마크를 붙였다.
그는 “땀은 내보내고, 비는 막아주는 섬유코팅기술 ‘고어텍스’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고어텍스 기술의 소유자인 미국 고어사(社)는 ‘고어텍스’ 로고 하나로 직접 옷을 만들지도 않는데 연간 20억 달러(약 2조4600억 원)를 번다.
김 사장을 만나기 전 엑셀코리아는 코팅 기술을 대기업에 납품하거나 기술 자체를 팔아버릴 계획이었다. 김 사장은 이노디자인의 거래처인 화장품 회사 ‘보브’에 이 기술을 소개해 줬다. 보브의 화장품 용기에 폴코 코팅을 하면 신선도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판매처까지 찾아준 셈이다.
작은 공산품의 3차원 입체영상을 읽는 스캐너를 개발한 업체에는 “스캐너의 크기를 키워 실제 사람을 3차원 입체영상 형태로 읽는 다이어트용 헬스기기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고주파 거품 세정기를 만든 업체에는 우유팩 모양으로 욕조를 디자인해 제품의 모양을 완전히 바꿔줬다.
김 사장은 이런 ‘토털 컨설팅’에 대한 돈을 따로 받지 않았다. 대신 예전에 아이리버의 MP3플레이어를 디자인해 줄 때의 방식을 활용했다. 제품이 팔릴 때마다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기로 한 것이다.
김 사장은 “디자인은 제품이 설계될 때부터 관여하기 때문에 광고 전략과 영업 전략까지 미리 세울 수 있다”며 “이런 토털 디자인 컨설팅을 기술력 있는 벤처에 제공해 제2, 제3의 아이리버와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게 이노디자인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