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만들기 외길 50년, 흑자행진 강철처럼 단단해지다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석도강판’ 전문회사 동양석판이 16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석도강판은 음료 캔이나 통조림, 페인트 통의 원료가 되는 주석도금강판이다. 동양석판은 50년 동안 석도강판 ‘외길’을 걸어온 회사다. 처음으로 석도강판을 국산화한 회사이기도 하다.1959년 창립해 기술개발 시기였던 초기 3년 동안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었으나 회사가 제 궤도에 오른 196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흑자 행진을 해온 ‘알짜 중견기업’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대부분 철강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에도 동양석판은 지난해 매출 4076억 원, 영업이익 519억 원으로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창립 50주년 맞은 동양석판
代 이어 캔 원료 생산 손봉락 회장
“꾸준한 기술 개발 덕에 회사 성장
새 투자처 찾아 5년내 매출 1조로”

창업주인 손열호 명예회장(88)에 이어 2대째 동양석판을 이끌고 있는 손봉락 회장(59·사진)을 7일 만났다. 50년 가까이 흑자를 낸 비결을 묻자 손 회장은 “운이 좋아서”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몇 년을 못 버티고 쓰러지는 기업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반세기 흑자’ 기업으로 성장한 이유가 단순히 ‘운’ 때문일 리는 없었다. 이어지는 손 회장의 설명은 ‘어떻게 하면 기업이 살아남고 성장하는지’에 대한 기본 원칙을 듣는 듯했다.

“우선 ‘아이템’ 선정이 좋았어요. 통조림이나 캔 포장은 다른 것으로 쉽게 대체되는 상품이 아닙니다. 선진국에서는 점차 플라스틱이나 PET병 따위로 교체된다고 해도 개발도상국으로 가면 여전히 가장 보관성이 우수한 용기로 캔이 꼽힙니다. 처음으로 국산화에 성공해 1970년대까지 국내에 이렇다 할 경쟁사가 없었다는 점도 다행이었습니다. 국내에서 경쟁을 하게 된 뒤에는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뚫었습니다. 개발도상국 위주로 판로를 넓히고 있습니다.”

동양석판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기술력이다. 해외에 수출할 수 있을 정도의 독자 기술을 확보해 플랜트 수출로 ‘재미’를 보기도 했다. 1992년 태국 공장에 이어 1996년 미국 공장, 1997년 중국 공장을 잇달아 설립했다. 손 회장은 “니켈강판과 동도금강판 제작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등 기술과 품질개발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도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는 오히려 동양석판에 기회가 됐다. 미국에서 캔 판매가 급증한 것. 미국에서 이른바 ‘서민 음식’으로 통하는 통조림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수출이 늘어난 데다 달러화 강세가 겹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하지만 마냥 마음을 놓고 있을 수만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손 회장은 “점차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캔 음료를 잘 찾지 않는 추세”라며 “결국은 석도강판의 수요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인트 통 등 건자재 분야의 수요는 여전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손 회장의 설명이다. 손 회장은 “이 때문에 꾸준히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중”이라며 “자원개발 쪽에 관심이 있지만 투자를 잘 못해 손해 보는 기업을 많이 봐서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5년 내 매출 1조 원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경영 목표”라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동양석판은 근로자들이 오래 근무하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남성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6년으로 포스코(19년), 유니온스틸(18년)에 이어 철강업계에서 세 번째 수준이다. 게다가 1988년 노조 설립 이후 단 한 차례의 파업도 없었다. 손 회장은 “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근무하도록 하자는 것이 경영방침”이라며 “이익이 생기면 근로자들에게 특별 상여금으로 나눠주고, 근로자의 웬만한 요구는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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