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수주 상반기 30∼71% 급감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국내 10대 건설사 중 6곳의 올 상반기 수주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주실적 급감으로 ‘생존 경쟁’에 내몰린 건설사들이 공공공사나 재건축사업 등으로 몰리면서 저가입찰 같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수주실적 1위인 현대건설은 21일 현재 수주금액이 총 6조779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조7865억 원)보다 30%가량 줄었다. 재개발, 재건축사업 13건을 따내고 공공공사 수주에서도 선전해 국내 공사(4조4775억 원)는 지난해 동기(4조3192억 원)보다 늘었지만 해외부문 수주가 지난해 5조4673억 원에서 올해 2조3000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실적 2위인 대우건설의 수주금액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35% 감소했다. 공공공사에서 대형 건설사 중 가장 많은 1조7957억 원을 따냈지만 해외공사 수주가 8804억 원에 그친 탓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보수경영을 고수해 상반기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55%나 줄었고 미분양 부담으로 신규 주택사업이 거의 없었던 GS건설도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침체에 빠진 주택분양 시장에서 벗어나 재개발, 재건축사업이나 공공공사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건설업 자체가 도급공사여서 경기침체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안정적인 재개발, 재건축 사업과 턴키방식으로 입찰하는 공공공사 쪽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과당경쟁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총 1조5000억 원이 걸린 대형 플랜트공사인 신울진원자력발전소 1, 2호기의 경우 16일 이후 실시한 세 차례의 입찰로도 시공사를 가리지 못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입찰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건설이 각각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에 목말라 하는 건설사들이 한국수력원자력이 정한 적정 공사비의 60% 선을 써내는 등 지나친 저가입찰 경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재건축, 재개발사업에서도 일거리 확보에 혈안이 된 건설사 간 상호 비방과 조직적인 입찰 방해가 빚어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홍일 연구위원은 “상반기에 전체 공공발주 물량의 70%를 앞당겨 배정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이마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들이 분양시장에 적극 참여하지 않아 2, 3년 뒤 집값 급등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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