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마트, 예식장운영 검토한다는데…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 입점업체를 통해 본 디지털경기

수입제품 매장 대거 철수, 2년만에 21∼30% 감소

완제품PC 점포 줄고 조립-중고 취급점 늘어

용산전자상가와 함께 대표적 디지털기기 쇼핑몰로 꼽히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강변 테크노마트. 이곳은 최근 빈 사무실이 부쩍 늘어난 4층이나 5층에서 결혼식장을 운영할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4, 5층 공실률이 높아진 이유는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전자제품을 팔던 매장들이 대거 철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장이 눈에 띄게 늘어난 업종도 있다. ‘불황형 사업’으로 분류되는 조립 PC와 게임 관련 매장이다. 이처럼 테크노마트에 입점한 소규모 판매업자들의 변화는 디지털 체감경기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른바 ‘테크노마트 지수’가 나타내는 현재 디지털 경기는 어떤 모습일까.

방 빼는 해외 기업 매장들

8일 테크노마트에 따르면 이곳 4층에서 영업 중인 매장은 2007년 5월 97개에서 지난달 68개로 줄었다. 2년 만에 입점업체 30%가 나간 셈이다. 5층에서도 2년 전에는 매장 수가 95개였지만 현재 75개로 20개(21%) 줄었다. 4, 5층은 주로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업체들의 전문매장과 복합매장들이 입주해 있던 곳. 글로벌 경제위기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탓도 있지만, 엔화 강세 현상으로 일본 전자제품들의 판매 수익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도시바의 경우 7층에 있던 노트북 전문매장 9개와 8층의 매장 1개가 모두 없어지거나 다른 회사 제품을 함께 파는 복합매장으로 변했다.

미국 기업들의 제품을 취급하던 매장에도 찬바람이 돈다. 4층에서 미국 GE와 월풀 등의 제품을 팔던 백색가전 매장 3곳 중 2곳이 점포를 비웠다. 애플도 전문매장 수가 6개에서 3개로 줄었다. 박상후 테크노마트 홍보팀장은 “한국 가전제품의 품질이 좋아진 데다 최근에는 가격경쟁력까지 뛰어나다”며 “남은 수입품 매장들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만 전시하는 등 판매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조립PC 및 게임 매장은 늘어

7, 8층에서 삼성, LG, 삼보, 델, HP 등의 데스크톱PC를 취급하던 매장들은 2007년 5월 33개에서 지난달 22개로 크게 줄었다. 그 대신 조립PC 매장은 106개에서 127개로 21개(20%) 늘어났다. 이는 최대한 싼 가격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음을 증명한다. 판매 사업자로서도 불황기에는 초기 입점비용이 적은 조립PC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중고 제품을 함께 취급하는 PC 매장도 점차 늘고 있다.

게임기나 게임 콘텐츠를 판매하는 곳도 오히려 늘었다. 8층 게임 코너에서는 관련 매장이 2년 전 11개에서 8개나 추가로 생겼다. “불황에는 게임산업이 뜬다”는 통설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현상이다. 여기에 ‘닌텐도 열풍’이라는 호재도 한몫했다. 6층의 휴대전화 취급 매장은 197개에서 186개로 줄어들었지만 매출액은 꾸준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영업점 측 전언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테크노마트와 용산전자상가 등의 영업점 현황만 보면 디지털 경기를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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