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근의 멘탈 투자] 고수에겐 ‘칵테일 파티 효과’ 더없는 호재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3분


시장 안좋을때 위기설 등장

추측성 악재로 주가하락하면 사고 싶은 주식 싸게 살 기회

북한이 갑작스럽게 핵실험과 미사일발사를 감행했다. 북한 악재가 터진 첫날(지난달 25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장중 한때 8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다행히 나중엔 거의 보합권까지 반등한 채 마감됐지만, 이날 시장을 바라보던 투자자들은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사실 이번 북한의 움직임들 자체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과는 별 상관이 없지만 투자자들은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이다.

물론 북핵 사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므로 아직 이날의 투매 현상이 과잉반응이었는지, 적절한 투자 판단이었는지를 단정하긴 이르다. 그러나 최근 나왔던 많은 위기설과 불안심리가 대부분 현실화되지 않고 ‘설’ 자체로만 끝났다는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 악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최근으로는 3월 위기설, 그리고 작년의 9월 위기설이 있었다. 만기 도래하는 채권이 많아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한국을 빠져나가고, 국가부도 사태가 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 이전에도 시장에서 비슷한 일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비단 경제부문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몇 년간의 ‘월 위기설’만 봐도 ‘북핵 10월 위기설’, ‘노동계의 4월 위기설’, ‘헤지펀드 6월 위기설’ 다시 또 ‘북핵 7월 위기설’, ‘일본 제조업계 6월 사스(SARS) 위기설’, ‘코스닥 4월 위기설’, ‘카드사 4월 위기설’, ‘만기연장 문제에 따른 카드채 7월 위기설’ 등 수많은 위기설이 이곳저곳에서 계속 터져 나왔다.

이런 위기설이 주식시장에 안 좋은 재료로 나돌게 되면 투자심리에 미치는 불안감은 생각보다 크다. 대부분의 위기설은 시장 분위기가 평소보다 안 좋을 때 나오고, 또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 사이에 더욱 잘 전파되고 증폭되는 성질이 있다. 사람들은 마치 이런 얘기들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는 듯 소문에 집중하고 과도하게 반응한다. 이런 현상을 칵테일파티효과(cocktail party effect)라고 하는데, 칵테일파티처럼 사람들이 많고 시끌벅적한 곳에서도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은 ‘칼같이’ 듣게 되는 현상이다.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졸다가도 자신이 내릴 역이 안내방송으로 나오면 눈이 번쩍 뜨이는 것도 이 효과이다. 이렇게 자신이 관심을 갖거나 걱정하는 문제가 귀에 더 잘 들어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문제는 시장이 불안할 때는 불안한 얘기만 귀에 더 들어오게 되고, 이것이 시장에 도로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불안감은 일종의 두려움으로 여러 가지 감정 중에서 사람의 정상적인 사고 활동을 마비시키는 충격효과가 가장 크다. 번지점프대 위에서 두려움에 떠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더러 마음 편하게 안심하고 뛰어내리라고 해도 그게 곧이들릴 리가 만무하다. 이렇게 사고가 흔들리는 상황이 되면 당연히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 마음속에는 불안과 괴로움만 가득하게 된다.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마음이 편하고 싶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투자를 잘해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당장 마음의 불안과 괴로움을 떨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때는 손해를 감수한 채 주식을 팔고 시장을 떠나는 투자자가 많아지게 된다.

작년 가을 글로벌 증시가 속락할 때 세계적으로 펀드에 대한 환매 요구가 많았다. 당시 시장이 더 떨어질 거라고 하던 유명한 비관론자들의 말이 칵테일파티효과처럼 귀에 꽂히듯이 들렸기 때문이다. 물론 주가는 더 하락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그런 말에만 더 귀를 기울인 것이 오히려 시장을 과하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투자자들의 이런 속성만 이해해도 더욱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추측성 악재로 시장이 하락하면 이것은 곧 투자하고 싶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모두가 주목하는 미래의 악재는 대부분 현실화되지 않았다. 결국 현명한 투자자들에게 그것은 악재보다 호재에 더 가까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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