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경영권 승계 작업 본격화?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8분


현대모비스-오토넷 “내달25일까지 합병완료” 눈길

정의선 사장 올해들어 해외시찰 등 행보 빨라져

최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아직 시기가 아니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재계에선 그 시기가 멀지만은 않았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비서실장인 김경배 전무(45)를 28일 그룹 내 물류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글로비스의 부사장으로 발령 냈다. 글로비스는 정의선 사장이 최대주주(31.88%)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수행 비서였던 김 부사장은 다음 달 이사회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대표이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취임한 이광선 글로비스 사장은 5개월이 채 안 돼 고문으로 물러났다. 지난달 16일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던 김 부사장의 초고속 승진과 글로비스 발령을 놓고 그룹 안팎에선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모종의 임무를 띠고 간 것 아니겠나”라는 말들이 나온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이 다음 달 25일까지 합병을 완료하기로 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글로비스가 갖고 있던 현대오토넷 지분은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의 지분 0.67%로 전환돼 연결고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14.95%를 갖고 있으며,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 38.67%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현대모비스와 오토넷 합병으로 기아차 정 사장-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가 완성되는 셈이다.

올해 들어 정 사장의 활동 폭이 크게 확대된 것도 주목을 끈다. 정 사장은 2월 정 회장과 함께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 현장과 기아차 미국 판매법인 등을 방문해 직원들을 독려했다. 지금까지 정 회장과 정 사장이 함께 움직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또 3월에는 기아차 아시아·중동지역본부가 있는 두바이를 찾았다. 4월에는 중국 상하이모터쇼를 찾아 중국 판매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정 회장이 3월 기아차 등기이사에서 빠진 이후 정 사장의 행보가 더 활발해졌다는 얘기가 많다.

2005년 정 사장이 기아차를 맡은 이후 기아차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는 점도 경영권 승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한 관계자는 “최근 어려운 여건 속에 기아차가 선전하면서 그룹 안팎에서 정 사장의 경영 능력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룹 주변에선 조만간 정 사장이 그룹의 주력인 현대차 사장이나 부회장에 기용될 것으로 점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다음 달 정 회장의 미국 방문 직후를 시점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워낙 건강한 체질이지만 고령인 데다 최근 협심증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경영권 승계 작업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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