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태워라” 의전車 마케팅 레이스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스타는 움직이는 광고판”

車업계 마음잡기 경쟁 치열

세계 3대 테너로 꼽히는 호세 카레라스가 이달 초 방한했을 때 한국에서 탄 차는? 신형 에쿠스다. 현대자동차는 카레라스의 방한 기간 동안 이동 편의를 위해 의전 차량으로 에쿠스 2대를 제공했으며, 이 차량을 뒤에 '호세 카레라스가 탔던 차'라는 인증서와 함께 고객에게 팔았다. 현대차는 올해 1월 또 다른 세계 3대 테너인 플라시도 도밍고가 왔을 때에는 제네시스를 의전 차량으로 제공한 바 있다.

●"우리 차 타주세요" 마케팅

해외 유명인사들이 한국에 오면 자동차회사 마케팅 담당자들도 바빠진다. '움직이는 광고탑'인 이들이 어떤 차를 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과 다니엘 헤니가 지난달 영화 '엑스맨 탄생:울버린' 홍보 차 방한했을 때에도 의전 차량으로 에쿠스를 제공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마케팅이니만큼 대상자의 '품격'을 따지게 되고, 잠재 고객들의 취향을 생각하다 보니 집중적으로 러브 콜을 받는 것은 세계 정상급의 클래식 음악가다. 호세 카레라스는 이번에는 에쿠스를 탔지만 과거 방한했을 때에는 메르세데스-벤츠를 타기도 했다. 지난해 내한 공연 때 볼보 S80 이그제큐티브를 탔던 성악가 조수미 씨는 올해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 프리미엄을 타기로 했다. 소프라노 신영옥 씨와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한국 공연 때 메르세데스-벤츠를 탔다.

내한 유명 인사에게 '우리 차'를 태우기 위한 정보전도 치열하다. 한국계 미식축구 스타 하인즈 워드가 방한했을 때 국내외 자동차회사 여러 곳이 의전차량을 제공하겠다고 나섰으나 선택받은 차는 오피러스였다. 기아차는 당시 워드가 혼혈 아동 지원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의전 차량을 경매에 부쳐 판매 대금을 지원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제안했다. 기아차는 골프 선수 미셸 위가 방한했을 때는 그가 평소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와 만남을 주선하면서 환심을 샀다. 미셸 위의 방한 정보 자체도 미셸 위 부모의 지인을 통해 사전에 입수했다고 한다.

●"이 차 탈래" 고집하는 유명인사도

차에 대해 주관이 뚜렷한 유명 인사들이 "이 차를 타겠다"고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1999년 방한했을 때 랜드로버의 최상급 모델인 레인지로버를 탔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평소에도 랜드로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초 영화 '작전명 발키리'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던 톰 크루즈는 BMW코리아에서 의전 차량을 요청하면서 차량 색상과 윈도 틴팅(선팅) 같은 사항까지 요구했다.

소피 마르소는 한국에 왔을 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차량 지원을 문의했으나 그가 원한 차종이 마침 한국 측에 없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2004년 한국에 와서 볼보 XC90 T6를 탔던 데에는 그의 부인이 볼보와 같은 스웨덴 출신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사람이 아니라 행사를 대상으로 의전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현대차는 다음달 제주에서 열리는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신형 에쿠스 38대, 제네시스 46대, 싼타페 12대 등 모두 96대를 의전 차량으로 제공한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대종상 영화제 레드카펫에 의전차량을 제공했고, 아우디코리아는 같은 해 청룡영화상을 공식 후원했다. 국내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는 아예 김연아 선수가 현대차와 맺은 것처럼 공식 후원 계약을 맺고 해당 회사의 자동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어중간한 스타'들은 이 같은 의전 차량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한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영세한 공연기획사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수입차업체에 의전 차량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해당 스타의 취향은 우선 고려사항이 아닌 셈"이라고 귀띔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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