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전도사, 삼성전기 재고율 제로 도전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1월 취임 박종우 사장, 삼성전자 모델삼아 공급망관리 혁신 이끌어

한국 최대 부품회사인 삼성전기가 야심찬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차 목표는 ‘삼성전자만큼’ 효율적으로 생산·판매·운송을 관리하겠다는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재고 0%’ 회사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올 1월 삼성전자에서 삼성전기로 자리를 옮긴 박종우 사장이 이를 위한 ‘공급망관리(SCM) 전도사’로 나섰다.

숨 가빴던 3개월

박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 TV사업부의 SCM 시스템을 직접 운용해온 주역. 삼성전기도 나름의 SCM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너무 많은 허점이 보였다.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과감한 삼성전자 벤치마킹이 필요했다.

1월 말 경영지원실 산하에 SCM 태스크포스(TF)팀이 구성됐다. 40명의 팀원 중에는 4개 사업부 총괄책임자와 해외법인장까지 포함됐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개월. SCM 운영기준 확립과 전 부문 운영체계 개선, 전 사원 교육이라는 3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들은 숨 가쁘게 움직였다.

사업부별로 제각기였던 SCM 관련 용어부터 표준화했다. 지난해까지 ‘재고’라는 한 가지 용어를 사업부에 따라 ‘in transit’ ‘항해재고’ ‘운송 중 재고’ ‘EOH’ 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됐다. 업무효율 저하의 주범 중 하나였다. SCM TF팀은 관련 매뉴얼을 78개 규칙과 101개 용어로 표준화하고 한국어 영어 중국어 버전으로 각각 만들어 모든 현장에 배포했다. 본사는 물론 국내 3개 공장과 11개 해외법인(생산법인 5개, 판매법인 6개)에서 지원부서 및 단순노무직을 제외한 4500여 명이 SCM 교육을 이수했다.

변신엔 끝이 없다

효과는 벌써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판매능력지수(주 단위 수요예측 대비 출고 실적)는 1월 60% 수준에서 4월 80% 후반으로 20%포인트 향상됐고, 정량생산지수(주 단위 생산계획 대비 생산 실적) 역시 10%포인트 높아져 현재 80% 수준까지 올라섰다. 제품 재고일도 3, 4개월 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것이 삼성전기 측 설명. 박 사장은 성과를 보고받은 뒤 “미흡하지만 일단 시스템은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이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다면 공부 안 하는 사람이고, 일 안 하는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SCM 관련 핵심 지표들을 임원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SCM TF팀은 4월 말까지 운영된 뒤 일단 해체됐고 2, 3명만 남아 이달 말 최종결과보고를 준비하고 있다. 이 팀의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SCM TF팀장이었던 박흥옥 정보경영그룹장은 부장 신분인데도 6월부터 CEO 주재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 회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각 사업부장 등 핵심 임원들만 참석해 왔다. 앞으로도 SCM을 핵심 키워드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SCM(Supply Chain Management)::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공급한다’는 것을 목표로 △원재료 공급 △생산 △제품 배송 △판매 등 모든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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