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현장에서/웃음 사라진 자동차의 날 자축행사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6회 자동차의 날’ 행사를 다녀왔습니다. 자동차의 날이 5월 12일로 정해진 이유는 1999년 이날 자동차 수출이 누계로 1000만 대를 돌파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자동차의 날’ 행사 자체는 2004년부터 했습니다. 저는 이 행사에 가본 게 처음이었지만, 자리에 있던 다른 분들 얘기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참석자도 100명가량 줄었고, 아무래도 자동차업계가 위기니만큼 행사장 분위기도 예년 같지 않았다고 합니다.

축사와 기념사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자동차공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자동차 업계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불합리한 노사관계를 타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 부회장이 “미래 대비를 소홀히 해서 위기에 처한 미국의 ‘빅3’ 회사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그날 헤드 테이블에 있었던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자동차 사장에게로 눈길이 갔습니다. GM대우차의 모회사인 GM이 ‘빅3’ 중 한 곳이죠. 그리말디 사장,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으나 속으로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겠지요. 그는 기념사와 축사를 모두 일일이 통역을 통해 듣고 있었습니다.

축사를 한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의 당초 원고 내용도 상당히 ‘셌습니다’. 지경부가 전날 배포한 사전 원고에는 “노사 간 불합리한 관행들을 답습해서는 결코 세계 최고 자동차 업체의 대열에 합류할 수 없으며, 노사 간 대립에 기초한 고비용 구조로 파산 위협에 직면한 미국 ‘빅 3’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임 차관은 실제로 이 부분을 읽지는 않고 다만 “상생의 문화가 자동차 산업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만 말했습니다. 자리에 있었던 그리말디 사장을 배려해 수위를 낮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말디 사장만 속이 쓰렸겠습니까.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자동차회사 최고경영자(CEO)들 모두 최근의 위기 상황에서 맞는 ‘축하 행사’가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은탑산업훈장을 탄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 잠시 웃음을 보였던 것 외에 이날 CEO들이 또 웃음을 보인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내년 5월 ‘7회 자동차의 날’ 행사가 열릴 때쯤이면 상황이 나아질까요.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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