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절반의 자원… 그 이상의 잠재력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6분


■ 국내 글로벌 기업 여성 활용 어떻게

임원 승진 문 활짝… 여성채용 50%까지 올려

재택근무 자율출근도

“지금 같은 경제위기에, 여성의 재능을 헛되이 버리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전미여성경영인협회·NAFE) 미국에서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기업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여성 우수인재를 적극 육성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NAFE는 올해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해 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10대 기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10대 기업 중에는 한국에 지사를 둔 IBM(IT컨설팅), 메리어트인터내셔널(호텔서비스), P&G(유통마케팅), 아스트라제네카(제약) 등 4곳도 포함돼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이들 기업의 한국 지사는 본사와 똑같거나 비슷한 여성인재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이 여성인력을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 편견을 버려라, 믿어라, 그리고 도와라

IBM은 일찍부터 여성 인재들이 가장 높다고 느끼는 장벽이 ‘핵심직책(key position)’으로의 승진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임원인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 IBM의 주요직 중 비게 되는 자리를 인트라넷 등으로 전 세계 직원에게 공개해 선발하는 제도. 이같은 노력으로 1997년부터 현재까지 IBM의 여성 임원 수는 5배로 늘었다. 15개국에서는 여성 대표가 사업을 총괄한다.

중책을 맡은 여성 인재들에게 ‘혼자 알아서 잘해봐’라는 식의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도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는 기업의 공통점.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IBM은 여성 직원들을 임원 혹은 본인이 원하는 선배와 연결해 일대일로 조언 받도록 하는 멘터링(조언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멘터들은 여성 직원의 경력 개발 방향에 대해 조언하고 향후 여성 리더로서 갖춰야할 커뮤니케이션 스킬, 리더십 노하우 등을 공유한다. 해외임원들을 멘터로 정해 직접 글로벌 커리어 코칭을 받는 일도 흔하다. 여성 직원끼리의 네트워크도 크게 강화됐다. 한국IBM 인사부의 신태영 차장은 “이 같은 조직적 코칭 시스템은 이직이 잦은 정보기술(IT)업계에서 여성 인재들이 다른 회사로 이탈하지 않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P&G도 오랫동안 ‘리더십 다양화 정책’을 시행해 올해 신규 채용에서 여성의 비율을 50% 선까지 끌어올렸다. 업무와 가정생활에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멘터링 제도도 운영중이다. 이를 통해 지난 3년간 글로벌 P&G의 사장과 부사장, 이사급 임원의 여성 비율은 20%나 높아졌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여성 톱 50’ 명단에는 P&G 여성 임원이 3명이나 올랐다.

○ ‘좋은 엄마’ 되게 배려하니 ‘좋은 직원’이

자율출근제, 양육지원제 등 ‘일과 삶 균형(Work & Life Balance)’ 정책은 이들 기업에서 기본으로 간주된다.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녀양육과 가사부담이 큰 직장 여성들의 현실을 고려해 최근에는 재택근무제도 확산되는 추세다.

매니저급 이상 여성 직원의 80%가 기혼여성인 한국메리어트는 일과 삶 균형 정책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JW메리어트호텔 서울의 관계자는 “얼마 전엔 출산휴가를 두 번 다녀오고도 복직과 동시에 과장으로 진급된 경우도 있다”며 “이런 사례를 통해 회사를 믿고 더 열심히 일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지난해 승진자 중 80%가 여성이었을 정도로 업무 능률이 향상됐다”고 전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도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을 위해 ‘자율출근제’를 운영하고 출산 시에는 입원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업무가 고된 편인) 영업직의 경우 과거에는 여성 직원을 많이 뽑지 않았지만, 일과 삶 균형 정책이 도입된 이후에는 업무 성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인재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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