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값이면 수입차… 나도 한번?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 3000만원대 소형 외제차 인기

김대리는 푸조 207GT, 박과장은 벤츠 마이B

‘이번 기회에 나도 수입차로 바꿔 볼까.’

대기업 7년차인 한모 대리(34)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6년 정도 탄 아반떼를 팔고 국산 중형차를 사려고 했으나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라인업의 중간 정도의 모델에 옵션 한두 개 추가하니 가격이 25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한 달 가까이 고민하던 한 씨는 요즘 연료소비효율(연비)이 높은 2000만∼3000만 원대 수입차 목록을 뒤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국산차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반면, 수입차는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소형 모델로 소비자를 공략하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 소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수입차가 이제는 평범한 직장인도 한 번쯤 구입을 생각해 보는 시대가 됐다.

지난달 국내 수입차 시장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폴크스바겐의 ‘골프2.0 TDI’ 모델이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것. ‘수입차=억대의 초대형 럭셔리 세단’이라는 인식이 강한 국내 시장에서 2L급 이하 차종이 판매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국민차(폴크스바겐)’라는 회사 이름답게 국내에서도 수입차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90대가 팔린 ‘5세대 골프 2.0 TDI’는 최근 국내 판매가 끝났다. 가격이 3070만 원이었으나 각종 프로모션으로 2000만 원 후반대로 구입이 가능해지면서 수요가 급증해 재고가 동이 났다. L당 15.7km라는 높은 연비와 조그만 체구에 최고 출력 140마력, 최대 토크 32.6kg.m의 강력한 힘도 인기의 비결이었다.

포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이스케이프’도 20, 30대 젊은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가격도 2960만∼3240만 원으로 국내 동급 SUV와 비교해도 결코 비싸지 않다. 2007년 성능과 외관을 크게 개선한 이후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 매년 2배씩 증가하고 있다. 2006년 118대에 그쳤던 판매대수가 지난해에는 691대로 급증했다. 2812L에 이르는 넓은 적재공간과 L당 10.2km 연비도 경쟁력이 있다.

해치백 스타일의 볼보 ‘C30’은 작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젊은 세대에게 꾸준히 팔리고 있다. 2.4i 모델은 3000만 원대 초반으로 가격도 경쟁력이 있다. 엔트리 모델이지만 강력한 보디 프레임에 경추 보호 시스템, 측면 보호 시스템, 주행 안정 시스템 등이 대거 장착됐다.

2007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푸조 207GT는 1.6L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푸조의 엔트리 모델로 지금까지 464대가 팔렸다. L당 12.4km의 연비에 세련된 디자인과 강력한 엔진으로 젊은 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천장을 뒤덮은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는 207GT의 큰 매력이다. 가격대도 3100만 원으로 경쟁력이 있다.

가격대가 4000만∼5000만 원대에 이르는 럭셔리 소형차도 ‘브랜드+실속’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다. 렉서스의 럭셔리 스포츠 세단 ‘IS250’은 4000만 원대 후반의 가격에 성능과 편의장치 등은 대형 세단 못지않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법인 설립 이후 지난해 최고의 판매기록(7230대)을 세웠다. 새로 출시한 ‘C클래스’와 ‘마이B’가 3000대가량 팔린 덕분이었다. 올 초 출시된 BMW ‘120d 쿠페’도 소형 모델로는 드물게 후륜 구동 방식을 채택해 역동적이고 안정감 있는 주행 성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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