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에너지 광고’로 에너지 얻다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100일 준비 감성적 캠페인

‘아이 앰 유어 에너지’ 대박

경쟁사 “불경기에 허 찔려”

‘다시 걸 일 없겠지만 차마 지울 수 없는 번호가 있나요? 그 사람이 당신의 에너지입니다. 아이 앰 유어 에너지(I am your energy).’

‘술 약한 날 위해 술잔에 물 채워 준 사람 있나요? 그 사람이 당신의 에너지입니다.’

지난달 15일 서울 곳곳의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전광판 등에 걸린 광고 문구들 중 일부다. 회사 이름을 숨기고 감성을 자극하는 카피 때문에 많은 이의 궁금증을 샀다.

○불경기에 허를 찌른 광고 캠페인

GS칼텍스는 1일 그 광고가 자신들이 만든 것이란 사실을 밝히고 대대적인 기업이미지 광고에 들어갔다. ‘아이 앰 유어 에너지’ 캠페인이다.

공식 캠페인에 들어간 지 보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딱딱하고 무거운 느낌의 정유사를 단번에 친근하게 하는 PR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TV 광고는 일주일 만에 광고평가 사이트에서 3위에 올랐고, 이 PR를 패러디하는 누리꾼도 생겼다.

다른 정유사들은 “이런 불경기에 GS칼텍스가 이렇게 치고 나올 줄 몰랐다”며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다. 한 경쟁사 팀장은 “올해 초 그렇게 상황이 안 좋다고들 할 때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준비했다는 거 아니냐. 대단하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이번 캠페인은 준비에만 100일이 걸렸다”며 “우리가 단순한 정유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만드는 에너지 기업’임을 알리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기업브랜드를 표현할 방법을 찾으려고 고객들을 상대로 심층 면접을 벌이다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에너지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게 뭐냐”는 질문에 전기나 석유라는 답보다는 자신의 아기나 마음먹고 구입한 집 등을 꼽는 사람이 많았던 것.

회사는 여기에 착안해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카피를 92개 만들었다. 1000개가 넘는 카피를 만들었다가 버렸다고 한다.

○“보는 사람 기운 나게 하는 광고”

GS칼텍스는 옥외 광고를 펼 때 서울 지역을 특성에 따라 7가지로 분류하고 그에 맞는 카피를 썼다. 대학 근처에서는 ‘취업이 되면 크게 한턱 쏘고 싶은 사람’을, 업무 지구에서는 ‘욱해서 그만둔다 말하고 싶을 때 다독여줄 사람’을, 백화점 근처에서는 ‘밥하기 싫은 날, 오늘 저녁 외식하자는 사람’을 묻는 식이다.

어린아이들이 원을 그리고 앉아 서로 등에 비누칠을 해주는 영상 광고도 반응이 좋다. 영상에 나오는 아이는 9명이지만 실제로는 15명의 ‘배우’가 출연했다고 한다.

GS칼텍스가 지난해 사용했던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수출국으로’라는 슬로건은 내수업종이라는 일반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 고유가 상황에 다소 수세적으로 대응했던 것. 지난해 SK에너지의 ‘생각이 에너지다’ 캠페인도 같은 차원이다.

박준완 GS칼텍스 광고팀 차장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다시 뛰자’ ‘힘내세요’ 등의 광고 문구는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것 같다”며 “‘아이 앰 유어 에너지’는 그런 느낌 없이 보는 사람을 기운 나게 해주기 때문에 반응이 좋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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