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업의 고객자산, 돈으로 환산해보니…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SKT 18조5800억 현대차 5조5900억 롯데百 3조1400억

생산성본부 ‘고객자산’ 평가모델-적용결과 오늘 발표회

‘우리 회사가 앞으로 고객들에게서 얼마를 벌 수 있을까?’

모든 기업인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이 질문을 풀 수 있는 모델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10개 기업에 적용해 봤다고 22일 밝혔다.

생산성본부 추산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앞으로 고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익(Customer Equity·고객자산)은 18조5800억 원, 현대자동차(내수 승용차 부문)는 5조5900억 원, 롯데백화점(서울 지역 점포 대상)은 3조1400억 원이다. 이처럼 고객을 자산의 개념으로 간주해 계산해내는 모델이 한국에서 개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2700여 명 대상 일대일 면접 조사

이는 ‘한국생산성본부 고객자산 모델(KPC-CEM)’을 이동통신 시장 3개 기업과 내수 승용차 시장의 4개 기업, 서울 지역 백화점 3개 기업 등 10개 기업에 적용해본 결과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액이 11조6747억 원, 현대자동차는 32조1898억 원, 롯데쇼핑은 10조9695억 원이다.

생산성본부의 모델은 현재와 미래의 고객들에게 대상 기업의 제품을 얼마나 자주 구매하고 얼마나 돈을 쓰는지, 제품을 바꿀 의향이 있는지 등을 묻고 거기에 해당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률 등을 반영한 것.

생산성본부는 이를 위해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3개월 이상 휴대전화를 이용한 834명 △자기 돈과 명의로 승용차를 사서 6개월 이상 운전 중인 1112명 △최근 1년 동안 백화점에서 물건을 산 834명 등 모두 2700여 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 조사를 벌였다.

○ 올해 30여 개 업종으로 조사 확대

자동차의 경우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전체의 고객자산이 아니라 현대자동차 중에서도 수출 시장은 제외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승합차 시장을 뺐으며, 백화점은 서울 시장만을 대상으로 했다.

결과로 나타난 고객자산은 대체로 최근 2, 3년간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 변동 폭 안에 있었다. 또 1위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현재의 시장점유율보다 미래의 고객자산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자산은 고객을 기업의 자산으로 보는 경영 기법이 떠오르면서 경영학에서 중요한 개념이 됐지만 여러 변수가 많아 실제 측정은 어려웠다. 외국에서는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 에어라인’(AA)의 1999년 미국 국내선 이용 고객자산이 73억 달러(약 11조 원)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생산성본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PC 신고객자산 측정 모델 및 결과 발표회’를 23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연다.

생산성본부 측은 올해 카드, 항공, 정유 등 30여 개 업종을 대상으로 기업들의 고객자산을 분석해 내년에 발표하고 앞으로 조사를 정기화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자산::

고객자산이란 현재와 미래의 고객들이 평생에 걸쳐 회사에서 구입할 금액에서 기업이 그 고객들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 등을 뺀 돈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것. 쉽게 말해 ‘한 기업이 현재와 미래의 고객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총수익’으로 보면 된다. 이 값을 알 수 있다면 기업은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또 투자자들은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데 큰 지침이 될 수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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