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의 세계, 중국 일본 집중되고 조기귀국도 많아

  • 입력 2009년 2월 19일 12시 00분


“외국에서는 사무실에서 인터넷이나 USB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문화적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무실 에티켓을 몰라 고용주와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경제침체로 인해 정부가 해외취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취업이 중국과 일본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취업한지 1년도 안 돼 돌아오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어학실력 부족과 문화적 차이 등의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해외취업을 위한 연수비용 지급 및 면접, 비자 발급 지원 등을 통해 해외취업을 적극 권하고 있다. 해외취업의 통로와 성공적인 취업조건 등을 알아보았다.

국내 취업시장이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자 정부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향후 5년간 ‘글로벌청년리더 10만 명 양성계획’을 국가주요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2009년부터 13년까지 10만 명의 청년을 해외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해외취업 5만 명 해외인턴 3만 명 해외봉사 2만 명을 보내 목표인 10만 명을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정부의 ‘10만 명 해외보내기’ 정책 중에서 2만3천명을 할당 받았다. 공단은 어떻게 이 목표량을 채울 것인가.

공단이 해외취업을 추진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먼저 취업에 필요한 연수를 시킨 뒤 필요한 곳에 인재를 보내는 방식(연수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구직자와 국내 취업희망자를 직접 연결해 주는 방식(직접 알선)이다. 공단 월드잡사이트(www.worldjob.or.kr)를 통해 절차를 알아 볼 수 있다.

공단은 이 중 취업연수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공단은 해외기업체와 인재선발 협약을 맺은 각 분야의 연수기관을 선정해 국내 취업희망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들 연수기관의 교육프로그램을 마친 연수생 중 일정 비율이 해외기업체에 취직하게 된다. 공단이 선정한 연수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연수생에게는 1인당 400만원 가량의 연수비용이 지급된다. 공단은 연수생들이 교육을 잘 받고 있는지, 교육의 질이 유지되는 지 점검한다.

공단은 해외취업 목표인원 2만3천명 중 2만1천 명을 이 같은 연수기관을 통해 취업시킬 계획이다.

나머지 2천명은 해외취업 직접 알선을 통해 진출시킬 계획이다. 해외고용주와 구직자들이 한국산업인력공단 월드잡 사이트를 통해 구인, 구직신청을 하고 있다. 공단은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의 이력서를 접수한 뒤 외국기업과 연결시켜 주고 있다. 면접에 필요한 지원을 해주고 동남아시아, 호주, 캐나다 기업에 최종합격이 되면 취업비자 발급을 도와 준다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접수는 매년 3000여건 정도. 그러나 합격률은 높지 않다. 어학실력 부족 등의 이유 때문이다.

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두 가지 해외취업경로 중에서 연수방식을 통해 취업하는 경우는 매년 1000여 명, 직접 알선을 통하는 경우는 300명 정도다.

최근 5년간 공단을 통해 해외취업에 성공한 인력은 총 6620명이다. 이 중 주된 분야는 사무/서비스 분야로 전체 해외취업자의 48%(3196명)다. 주된 직종은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인 기업의 무역, 비즈니스 관련 직종과 중동 국가의 외국항공사에서 근무하는 항공승무원 및 한인 식당 등에서 근무하는 한식, 일식조리사 등이다. 이어 IT분야(26%, 1725명), 기계/금속(9.6%, 636명), 의료(6.9%, 458명), 건설/토목(1.79%, 119명), 전기/전자(0.61%, 41명) 등이다. 의료분야 중에서는 캐나다의 치기공사, 미국의 간호사로 진출한 경우가 많았다.

국가별로는 일본(2418명)과 중국의 취업자(2205명)가 전체 취업자의 70%를 차지했다. 이어 아랍에미레이트연합국(590명), 미국(437명), 캐나다(156명), 호주(147명), 카타르(104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해외취업자인 이민지씨는 일본의 IT업체 프로그래머로 취직했다. 이 씨는 서류전형, 면접 심사를 거쳐 일본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해외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선택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다”라며 “그에 못지않게 외국어 정복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인 인재양성과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은 해외취업의 장점 중의 장점이다. 하지만 단기 계약직이 많은 만큼 자신이 다시 귀국했을 때 장점이 있는지,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해외취업 후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공단 내부자료에 따르면 2004년 1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3년 동안 해외취업을 위해 출국한 2181명 가운데 1년도 채 안돼 귀국한 사람은 432명(20%)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김종석 팀장(한국산업인력공단 취업기획팀)은 “해외취업자가 현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사무실 에티켓, 노동관련법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아 고용주와 충돌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사무실에서 인터넷 사용, USB사용이 가능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다”며 “그에 대비해 예비해외취업자들에게 해당하는 국가의 현지문화, 근로기준법, 해고사유 등을 사전에 철저히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가 더 커지지 않기 위해 올해부터 해외취업자들의 관리를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일본과 캐나다는 업무위탁을 체결해 1년 이상 관리하도록 추진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처럼 열심히 해볼 것이다”라며 의지를 내비쳤다.

글로벌 리더 양성 사업이 그저 청년들을 해외로 떠나보내는 것에 머물러선 안 된다. 파견 대상국의 일자리 수요파악, 맞춤형 교육, 훈련을 통해 실질적인 해외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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